올해(5월 23일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창업 투자회사(창투사, 벤처캐피탈인 VC) 신규 등록을 마친 곳은 8곳, 이 가운데 3곳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모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PEF 운용사는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PEF 시장에서, 이들의 VC 진출은 새로운 시장 개척 측면이 짙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향후 PEF 운용사와 VC 간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옐로씨펀드’가 창투사 신규 등록을 마쳤다. 옐로씨펀드는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됐다. PEF 운용사인 ‘옐로씨매니지먼트’가 지분율 100%를 가지고 있다. 옐로씨펀드는 주우식 대표가 맡는다. 주 대표는 옐로시매니지먼트를 설립한 인물이다. 기획재정부를 거쳐 삼성전자 부사장, KDB금융지주 수석부사장, 전주페이퍼 대표, 삼정KPMG 부회장 등을 지냈다.

이에 앞서 올해 또 다른 PEF 운용사인 ‘크로스로드파트너스’, ‘케이스톤파트너스’ 등이 창투사 신규 등록을 마쳤다. 두 곳은 별도 법인을 만들기 보다, 일단 사내에 관련 사업부를 만들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이들 PEF의 규모다. 금융감독원의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현황’을 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이들 PEF가 GP(업무집행조합원으로 펀드 운용사)로 운용 중인 총 자산 규모는 △옐로씨매니지먼트 2710억원 △크로스로드파트너스 443억원 △케이스톤파트너스 1조1611억원이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금융감독원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현황’ (사진=블로터)
2022년 12월 31일 기준 금융감독원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현황’ (사진=블로터)

 

케이스톤파트너스의 경우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커 보이지만, 대형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과 비교했을 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대형 PEF 운용사의 펀드 하나에서 운용되는 자금 규모는 2~3조원이 넘는다. 케이스톤파트너스 1조1611억원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 6개를 합한 금액이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금융감독원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현황’ (사진=블로터)
2022년 12월 31일 기준 금융감독원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현황’ (사진=블로터)

 

대형 VC와는 비교해볼만 한 규모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운용 자산 규모가 가장 큰 VC는 ‘한국투자파트너스’로 2조7500억원이다. 조합 30여개에서 운용되는 자금을 합한 수치다.

이 외 1조원을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곳들로 KB인베스트먼트, 한국벤처투자, 우리벤처파트너스,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있다.

 

PEF 운용사가 VC 시장서 기회보는 이유

이처럼 기존 PEF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PEF 운용사 입장에선 VC 시장이 또 다른 기회의 영역일 수 있단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스톤파트너스도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훨씬 큰 PEF들이 많다. 좋은 투자처를 놓고 경쟁할 때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나 MBK 정도 되는 대형 PEF들은 VC를 만들 유인이 크지 않다. 한국 시장에 빅딜이 없기도 하고, 조 단위로 돈을 굴리는데 몇 천억원짜리 투자해서는 펀드 소진을 다 못한다”고 설명했다.

케이스톤파트너스가 크게 투자한 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전할머니맥주’가 최근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곤 하지만, 인수가는 1000억원대 규모였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지난해 특수목적법인(SPC) ‘케이디일호투자’를 만들어 역전할머니맥주의 지분율 100%를 인수한 바 있다.

 

(사진=역전할머니맥주)
(사진=역전할머니맥주)

 

주우식 옐로씨펀드 대표는 “PEF 운용사인 옐로씨매니지먼트도 자리를 잡고 잘하고 있지만, 시대적 흐름이 신기술·벤처 쪽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는 상황”이라며 “유니콘 스타트업 육성에 기여하고자 VC인 옐로씨펀드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대로 그간 VC로 업력을 오래 쌓다 펀드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PEF 운용사로 진출한 VC들의 사례는 적지 않았다. TS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VC와 비슷한 규모의 PEF 운용사 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PEF 운용사와 VC, 시너지효과 낼 수 있을까

PEF 운용사가 VC와 규모면에서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건, 향후 PEF 운용사가 VC를 키워 시너지효과를 노려볼 수 있단 뜻이기도 하다.

VC와 PEF 운용사가 Co-GP(공동 업무집행조합원)를 이뤄 투자처를 찾거나, VC가 투자해 엑싯(투자금 회수)한 투자처를 받아 PEF 운용사가 바이아웃을 하는 등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VC는 그로스캐피탈(growth capital) 전략, PEF 운용사는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취한다. 그로스캐피탈은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의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수 지분을 투자하는 것이다. 바이아웃은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후 다시 팔아 큰 돈을 버는 것이다. 물론 VC도 바이아웃 전략을, PEF 운용사도 그로스캐피탈 전략을 활용한다.

실제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현황을 보면 VC와 PEF가 Co-GP를 꾸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물론 VC가 PEF를 결성해 운용할 수 있기도 하다. 다만 LP(펀드출자자)들 입장에서도 바이아웃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VC들이 단독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안전장치로 PEF 운용사를 함께 두는 걸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물론 시너지효과는 투자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또 신설된 VC가 기존 PEF 운용사와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Co-GP로 들어가 협업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돼야 한다.

옐로씨매니지먼트의 경우 그간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코리아, 에스오엘캐피탈파트너스 등 다른 PEF 운용사와 함께 Co-GP를 꾸려왔다. 자체 딜 소싱(투자처 발굴)이 약해 공동으로 GP를 꾸려왔다는 업계 평가도 있다.

이에 VC인 옐로씨펀드는 바이오 분야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의사 출신 투자심사역들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 함께 해 온 LP들이 있지만, 모태펀드(정부 출자) 등의 LP를 중심으로 벤처 투자 생태계를 개척해 나가는 건 과제로 보고 있다.

케이스톤파트너스와 크로스로드파트너스 역시 벤처 투자 부문 강화를 위해 VC 전문 인력을 각각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스로드파트너스는 원래 창업벤처전문 PEF 운용사였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시리즈B 이후인 성장 단계 있는 기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기존 VC 업계에 주는 영향도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VC들은 PEF들 처럼 서로 경쟁을 한다기보다 클럽딜(공동투자)을 통해서 똘똘한 기업에 함께 투자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PEF 운용사의 VC 진출이) 위협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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