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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날개 단 TDF…운용업계 각축전
TDF 연금자산, 출시 7년 만에 10조 넘어
점유율·수익률 미래에셋 1위…삼성·한투·KB순
수익률 개선으로 시장 경쟁 치열
2023-05-17 06:00:00 2023-05-17 0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 1분기 TDF(Target Date Fund)로 운용하는 연금자산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자산운용사들의 점유율 확대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TDF의 가파른 성장 배경에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도입이 꼽히는데요. 오는 7월 퇴직연금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으로 운용업계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됩니다.
 
자산운용사별 TDF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투자협회, 업계 취합)
 
연금 시장 관심 증대…TDF 시장 성장
 
최근 연금 시장을 중심으로 TDF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은 10조1000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는데요. TDF라는 상품이 국내에 2016년 최초로 출시된 이후 7년 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생애주기 펀드'로도 불리는 TDF는 타겟 데이트(Target Date), 즉 투자자의 은퇴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며 운용되는 펀드 상품입니다. 각 연령에 맞는 은퇴시기를 설정할 수 있고 주기적인 자동 리밸런싱과 글로벌 자산배분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대표적인 실적 배당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투협에 따르면 매년 2~4개사가 TDF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총 19개사가 TDF를 출시 및 운용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진입하는 회사가 많아질 수록 상품이 다양해져 경쟁 활성화의 기반을 만들고 있죠.
 
높은 수익률 눈길…디폴트옵션으로 TDF 순항 예상
 
TDF는 수익률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퇴직연금 기준, 2018년에서 올해 1분기 TDF의 누적 수익률은 15.7%로 물가상승률(11.6%), 원리금상품(9.1%)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증시 상승기에는 글로벌 주요 지수를 추종하고 하락기에는 손실을 일부 방어하는 등 매년 해외주식형 펀드와 국내채권형 펀드 사이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시장은 오는 7월 퇴직연금에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이 TDF 상품 성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특정 운용방법을 정하지 않으면 금융회사가 미리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TDF는 디폴트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투자방식 중 하나죠.
 
미국은 2006년 연금보호법(Pension Protection Act) 제정으로 디폴트옵션을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TDF 시장도 크게 성장했는데요. 1994년 도입된 TDF는 2006년 말 114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에는 약 1조8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15년간 15배가 넘게 커졌습니다.
 
최근 커진 연금투자에 대한 관심과 함께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이 맞물려 국내에서도 TDF의 성장세는 커질 전망입니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상무는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제도에서 TDF가 핵심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TDF 시장은 안정적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TDF 1위 미래에셋 5조 육박…삼성 2조, 한투·KB 1조원대
 
디폴트옵션으로 날개를 단 TDF 시장을 겨냥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예상되는데요.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국내 TDF 수탁고 총 규모 11조5750억원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조8390억원으로 42%의 비중을 차지하며 시장 점유율 1위에 위치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3조9566억원에서 8824억원이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43%에서 소폭 감소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작년과 올해 모두 19%로 2위를 차지했네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작년 12%에서 13%로, KB자산운용은 10%에서 11%로 점유율을 확대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 수탁고는 2020년 말 2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조5000억원으로 687% 늘어났습니다. KB자산운용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올해 1조원대를 돌파했죠.
 
수익률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TF를 제외한 TDF 상품의 설정 후 수익률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평균 28.50%로 거의 3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한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각각 21.75%, 20.46%로 20%대를 보였습니다.
 
신한자산운용이 15.98%로 뒤를 이었고 한국투자신탁운용(13.42%), 키움자산운용(12.85%) 순입니다. KB자산운용은 TDF 시장 점유율 1% 이상인 운용사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인 11.55%로 집계됐습니다.
 
삼성 '개별 TDF 수익률'·한투 '빈티지별 수익률' 눈길
 
개별 TDF 상품 수익률에서 가장 눈에 띈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한국형 TDF 2050(UH)인데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1년, 2년 수익률이 각각 9.70%, 7.92%로 높습니다. 주요 운용사들의 개별 TDF 상품 최근 1년 수익률은 일부 마이너스, 2년은 대부분 마이너스인 것과 비교되는데요.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성과가 좋은 상품이고 원·달러 헤지를 안한 환 오픈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익률을 놓고 운용사들은 경쟁 중입니다. 올해 초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 상품이 빈티지별 수익률에서 성과를 거뒀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가 2030, 2035, 2040,2 2045, 2060 빈티지에서 연초 이후 수익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운용사들은 TDF 시장을 놓고 계속해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인데요. 손수진 상무는 "연금투자자에게 TDF를 능가하는 대안이 당장 나타나지 않고 있고, 각 운용사들도 TDF 운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운용사는 진정성 있는 투자를 하며 노하우를 쌓아나가고 투자자는 장기투자로 운용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은 "TDF는 이미 연금시장에서 핵심상품으로 자리잡은 상태"라며 "최근 고금리와 시장하락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연금시장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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