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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지방금융3사]반백년 함께한 JB의 '삼양사' BNK의 '롯데'[주주]①각종 위기·기회마다 든든한 뒷배, DGB는 삼성 이탈로 오너십 부재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16 07:30:1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07: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방금융지주는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3곳이다. 1967년 정부 주도 '1도 1은행' 정책을 계기로 출범하면서 지역 연고 기업들을 주주로 맞이했다. BNK금융과 JB금융은 반세기 동안 인연을 이어 온 롯데와 삼양사를 여전히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DGB금융은 삼성생명과 결별 후 오너십을 가진 최대주주가 없는 상태다.

롯데와 삼양사는 지방금융의 굴곡진 역사를 함께 했다. 금산분리 규제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위기를 이겨내고 기회를 잡도록 지원하는 뒷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방금융은 사모펀드를 주요주주로 영입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거나 주주와 일정 거리를 두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사모펀드 영입한 JB, 삼양사는 여전히 '공고한 위상'

지방금융과 가장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주주는 삼양사다. 삼양사는 삼양그룹의 모태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만주 지역에서 방적업을 했으나 분단 여파로 철수했고 1960년대 전라북도 전주에서 폴리에스텔 공장을 세우면서 지역에 자리 잡았다. 1969년 고 김상홍 명예회장의 전북은행 설립 참여로 주주가 됐다.

*왼쪽부터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전경 / 출처=각사

삼양사는 JB금융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친인척인 김한 전 회장이 9년 간 전북은행장과 J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으나 삼양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금산분리 규제로 의결권이 제한돼 주주 주도 경영이 불가능한 탓도 있었다.

사모펀드를 주요주주로 맞이하는 과감한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인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뒤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였다. 2007년 KTB프라이빗에쿼티, 2009년 페가수스인베스트먼트, 2015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증자에 참여했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삼양사는 이를 떠안으면서 묵묵히 JB금융을 지원했다.

사모펀드 영입 전략은 JB금융 성장 발판이었다. 페가수스는 우리캐피탈(현 JB우리캐피탈), 광주은행,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 인수에 기여했다. 앵커에쿼티의 자본확충 후에는 공격적 자본배치로 고수익을 추구해 타 지방금융에 견줄 수 있는 순이익과 자본비율을 갖추게 됐다. 사모펀드와 공존에 동의한 삼양사의 결단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현재도 최대주주로 삼양사의 위상은 공고하다. JB금융은 지난해 앵커에쿼티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와 분쟁을 겪었다. 주주환원 정책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올해 주주총회에서 격돌했다. 얼라인은 배당 확대를 주장했으나 주주들은 삼양사 측이 지지하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오랜 기간 쌓아 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23년 5월 10일 기준

◇BNK, 롯데와 '불가근 불가원'…DGB는 삼성과 '결별'

롯데는 부산은행 설립 후 13년이 지난 1980년 주주가 됐다. 설립 당시 최대주주는 고 강석진 동명목재 회장이었으나 동명그룹이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해체되면서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당시 그룹 회장으로 추대되고 부산 지역에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었던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분을 인수했다.

지배구조를 정비하면서 부산롯데호텔을 비롯한 8개 그룹사가 부산은행(현 BNK금융지주) 지분 11.14%를 나눠 가졌다. 2대 주주는 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인 '단순투자'인 점을 고려하면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주주는 롯데그룹이 유일하다.

롯데그룹은 부산은행의 증자 요구에 우호적으로 화답했다. 금융위기 발생 후 2008년 신종자본증권 발행, 2009년 유상증자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소방수를 자처했다. 2013년과 2015년에도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BNK금융 자본적정성 개선에 일조했다.

다만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하는 권한을 가질 뿐 이사회 내에서 중립 관행을 지키고 있다. 다만 2017년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선 이례적으로 김지완 전 회장이 아닌 박재경 전 지주 사장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부산·경남에서 BNK금융과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내부 인사를 선호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부산에 롯데가 있다면 대구에는 삼성이 있었다. 삼성생명은 비교적 최근까지 DGB금융의 약 7%를 보유해 2대 주주와 최대주주 자리를 오갔다. 2019년 블록딜로 지분의 절반 가량을 매각한 뒤에는 주요주주 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삼성그룹은 오랜 기간 대구은행 인수설에 시달렸다. 금산분리 규제로 삼성그룹이 은행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지만 인수설은 오너 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그룹은 DGB금융지주 지분 보유 목적을 자산운용의 일환으로 설명해야 했고 결국 지분을 정리하며 인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DGB금융 최대주주는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2대 주주는 8% 지분율의 OK저축은행이다. 오너십을 발휘할 주주가 없는 셈이다. DGB금융은 외부 출신 CEO를 선임하고 외부 자문기관에 의존하는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소유분산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23년 5월 10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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