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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펀드 VC 열전]키움인베, '면밀한 빈티지 분석' 1000억펀드 포부⑧2010년 첫 결성 이후 올해 4번째 도전, 신규 투자 테마 '소부장'

이효범 기자공개 2023-05-15 08:00:21

[편집자주]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캐피탈(VC)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자 세컨더리펀드가 재조명 받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악화에 따른 대안으로 중간 회수 시장 활성화가 과제로 떠오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국내 세컨더리펀드 규모는 등락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으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하우스도 나타나고 있다. 더벨은 주요 VC의 세컨더리펀드 트랙레코드와 운용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8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조합의 빈티지(vintage)는 청산 성과를 결정하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결성 시기 자체가 이미 성과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세컨더리펀드의 빈티지는 국내 벤처조합들의 만기나 회수시장 분위기와 연관성이 깊다. 주로 구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철저한 시장 상황을 분석해 펀드 결성 타이밍을 잡는다. 이를 기반으로 양호한 트랙레코드를 쌓아 세컨더리를 하우스의 주력 투자 전략 중 하나로 키웠다. 올해 1000억원 규모의 대형펀드 결성으로 세컨더리펀드 시장에서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첫 세컨더리 펀드 시작, IRR 17.4% 달성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세컨더리펀드 3개를 결성했다. 2010년 7월 'KoFC-Kiwoom Pioneer Champ 2010-12호 투자조합'이 그 시작점이다. 설립 이후 첫 세컨더리 투자 목적의 펀드였다. 기존 벤처조합들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시기라고 보고 구주 투자 기회로 삼았다.

실제로 2010년까지 KIF(Korea IT Fund)조합 가운데 90%가 만기가 도래했다. 2005년 결성된 국민연금 출자 벤처조합 2150억원 규모의 펀드 만기가 2년내 도래한다는 점과 모태펀드 출자 조합 중 6개 조합 2010년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이 모두 맞아떨어진 시기였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총 2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결성을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140억원을 출자받았다. 키움증권으로부터 30억원을 모집했고 GP커밋(운용사 출자금) 28억원 등을 태웠다.

세컨더리 트랙레코드가 없었던 키움인베스트먼트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펀드를 운용했다. 펀드 결성 당시 만기도래하는 벤처조합 현황을 모두 취합하고 펀드를 보유한 벤처캐피탈(VC)들에게 포트폴리오 구주 매각 의향을 전수조사 하다시피 했다. 심사역들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콜드콜(거래 관계가 없는 상대에게 거는 전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한 투자전략을 수립했다. 신성장동력 산업 가운데 정부 산업 육성 정책으로 지원하는 핵심 분야(주로 IT, 바이오 분야) 기업 구주를 인수하는데 주력했다. 상장 가능성이 높은 프리IPO 단계의 기업 구주 투자 위주였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가 반도체 장비업체 테크윙이다. 약 8억원 규모로 투자를 실시해 원금을 포함해 25억원을 회수했다. 이익률만 200%에 달했다. 마스크팩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제닉 역시 양호한 성과를 낸 포트폴리오다. 20억원을 투자해 54억원을 회수했다. 이익률만 170%에 육박했다. 이외에도 비아트론, 오리온테크놀로지 등 11개 기업에 투자했다.


5년 만기로 청산한 'KoFC-Kiwoom Pioneer Champ 2010-12호 투자조합'의 최종 성적은 멀티플 1.27배다. IRR 17.4%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세컨더리 펀드의 첫 트랙레코드는 키움인베스트먼트가 꾸준히 후속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첫 세컨더리 펀드 성적을 이끌었던 대표 펀드매니저는 정영재 전무다. 정 전무는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상품기획팀, 글로벌마케팅실 상품전략팀, 벤처사업팀을 거쳐 2006년 2월 키움인베스트먼트 투자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경영전략본부장으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백오피스와 미들오피스를 총괄하고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IT버블이 꺼지면서 2000년 초반 만든 펀드들이 2008년까지 상황이 안좋았다"며 "청산보다는 만기를 연장하던 펀드들이 많아서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처음으로 세컨더리 전문 펀드를 만들었는데 청산 당시 수익률 8% 넘겨서 성과보수를 받을 정도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2016년, 2021년 잇따라 펀드 결성…민간으로 LP 저변 확대

현재 운용 중인 세컨더리 펀드는 2개다. 대표 펀드매니저는 모두 다르다. 2016년 2월 결성한 키움성장15호세컨더리투자조합(결성액 400억원)에 김대현 투자1본부장 상무가, 2021년 8월 결성한 키움-신한이노베이션제2호투자조합(신한캐피탈 Co-GP 펀드, 결성액 350억원)에 고강녕 투자2본부장 상무가 각각 대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상무는 다우키움그룹 전략경영실에서 전략적투자와 M&A 업무를 수행했으며 2006년부터 키움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 심사를 맡았다. ICT분야를 비롯해 콘텐츠,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까지 다양한 섹터에 투자한다. 켐트로스, 아스트, 옴니시스템, 올릭스 등이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다.

고 상무는 나이스에프앤아이(현 나이스투자파트너스)에서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와 PEF(사모펀드)를 운용했다.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 이촌, 신한캐피탈을 거쳐 2012년 키움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PEF 운용과 함께 ICT 서비스 분야에 주로 투자해왔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써머스플랫폼, 코리아센터, 로젠, 카버코리아 등이다.

<김대현 투자1본부장 상무(좌), 고강녕 투자2본부장 상무(우)>

키움성장15호세컨더리투자조합을 결성한 2016년 당시에도 IPO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앞서 2008년 출자사업이 활발해졌던 시기에 대거 결성된 펀드들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었다. 청산이 지연되는 펀드들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두번째 세컨더리 펀드를 만들었다.

첫 세컨더리펀드의 투자테마가 반도체, 바이오 등이었다면 두번째로 결성된 키움성장15호세컨더리투자조합의 투자 테마는 2차전지와 소재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켐트로스(의약품 중간체, 전자재료), 천보(2차전지 소재), 세경하이테크(휴대폰 데코, 보호필름) 등이다. 특히 세경하이테크는 3차례에 걸쳐 18억원을 투자했는데 원금을 제외한 회수이익만 114억원에 달했다.

세번째 세컨더리 펀드인 키움-신한이노베이션제2호투자조합은 신한캐피탈과 공동운용(Co-GP) 펀드다. 결성 당시 벤처투자 시장 유동성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세컨더리 펀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배경 아래 펀드를 결성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전체 시장에서 세컨더리 펀드 결성 규모의 비중이 20%를 웃돌았으나 2020년 6% 안팎으로 쪼그라 들었다.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세컨더리 펀드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키움-신한이노베이션제2호투자조합의 주요 투자 테마 중 하나는 바이오다. 바이오 침체기 속에서 저평가된 신양개발, 세포진단 기업 등에 투자를 실시했다. 이 외에 반도체와 소재기업 등에 투자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투자금 소진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신한이노베이션제2호투자조합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본격적으로 민간LP 자금을 모집하기 시작한 펀드라는 점이다. 2번의 펀드 결성으로 쌓은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정책자금 없이 민간 LP를 통해서만 출자금을 모았다.

◇연내 대형펀드 포부…반도체 투자 사이클 도래, 소부장 기업 타깃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연내 4번째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과 달리 그 규모도 1000억원 안팎의 대형펀드로 구상하고 있다. 그만큼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하기에 좋은 빈티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2022~2025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조합 규모가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해 구주 매각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올해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 일반 세컨더리 분야에 지원하지 않았다. 모태펀드가 200억원을 출자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는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출자사업이다. 업계에서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인 만큼 운용상 제약이 많다는 점과 함께, 모태펀드 출자비율이 상당히 낮다는 점에서 지원자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특히 올해 상반기 운용 중이 펀드 투자금 소진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세컨더리펀드를 통해 양호한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만큼 정책자금을 출자 받지 않고 민간 LP를 통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결성할 펀드의 투자전략은 소부장 기업 구주를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의 펀드로 엑시트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IPO 시장 역시 호황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확실하게 숫자가 나오는 소부장 기업들의 구주 인수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IPO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키움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IPO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투자기업의 숫자를 봐야 할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다"며 "향후 결성 예정인 세컨더리펀드는 실적이 나오는 소부장 기업 투자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바이오에 비해서 밸류가 높지 않다는 점과 함께 반도체, OLED 분야에 다시 투자 사이클이 돌아오는 기조라고 보고 장비업체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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