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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버거킹은…KFC가 부러울까 [혼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23.05.04 15:00:06
  • 최종수정 : 2023.05.12 16:44:43
햄버거 프랜차이즈 이슈로 떠들썩했던 4월이었다. 최근 KFC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반면, 기대를 모았던 한국맥도날드는 막바지 협상 끝에 결국 매각이 좌절됐다. KFC도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수 가격이 희망가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근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위기감이 협상 테이블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 수혜가 끝난 데다 시장 포화, 외국계 본사 입김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버거킹과 맘스터치 역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팬데믹 수혜로 실적 웃었지만

동원 “맥도날드 포기”…나머지도 난항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코로나 팬데믹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배달 수요가 급증한 데다 혼밥족이 늘어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최악의 부진을 겪은 다른 외식 업종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팬데믹 수혜는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한국맥도날드는 매출이 2019년 7248억원에서 2021년 8679억원까지 급등했다. ‘가맹점 매출을 포함하면 사상 최초로 1조원 돌파에 성공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정도였다. 버거킹 역시 국내 진출 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0년 5714억원, 2021년 6784억원, 2022년 7574억원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KFC도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17년 173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61억원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1400호점 돌파에 성공하며 매장 수 기준 업계 1위에 등극한 맘스터치 역시 매출 3325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고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매각 최적기’라는 판단에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잇따라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맘스터치·KFC 등 이른바 ‘햄버거 빅5’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4곳이 매물로 등장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새 주인을 찾은 곳은 KFC뿐이다. 2021년 버거킹 매각을 추진해온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흐지부지된 모습이다. 맘스터치를 보유한 케이엘앤파트너스 역시 지난해 ‘연내 매각’을 목표로 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한국맥도날드 매각은 유일한 인수 희망자였던 동원산업이 최근 ‘맥도날드를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못을 박으며 고배를 마시게 됐다. 동원산업은 지난 1월 진행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며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지난 4월 관련 협상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이 보유했던 KFC는 매각을 준비한 지 1년 만에 최근 오케스트라PE에 팔렸다. 550억원에 지분 100%를 사들이는 조건으로 최근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2017년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탈로부터 500억원에 KFC를 인수한 KG그룹은 6년 만에 매각 차익 50억원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초 매각 희망가 1000억원과 비교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액수다.

햄버거 매물이 인기 없는 이유

매각가 비싸고 너무 강한 본사 입김

햄버거 프랜차이즈 인수 작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동원산업이 맥도날드 인수 철회를 결정한 이유를 살펴보면 그 배경이 드러난다.

첫째, ‘가격’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최근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며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가격에 사들일 이유가 사라졌다. 하지만 매도하려는 측은 팬데믹 기간 최대 실적을 근거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희망 가격대’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이번에 한국맥도날드가 내놓은 매각가는 5000억원이지만, 동원 측은 2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보다 매출이 낮은 버거킹은 7000억원, 맥도날드 매출 3분의 1 수준인 맘스터치는 1조원을 원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인식 차가 커도 너무 크다 보니 인수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 리 만무하다. KFC 역시 KG그룹이 매각가를 크게 낮춘 덕에 협상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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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글로벌 본사의 깐깐한 운영 지침이다. 국내 사업자는 글로벌 브랜드 ‘마스터프랜차이즈’ 권리를 따내 운영한다.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신규 가맹점을 출점하거나 직영점 운영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하지만 맥도날드, 버거킹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국내 사업자 관리 기준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규 매장을 열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또 새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일일이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다. 실적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인수자 목표지만 공격적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과거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신메뉴 개발, 가격 변경, 매장 프로모션 등 마스터프랜차이즈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 팬데믹 기간 배달 대행사와 계약하는 데도 본사 허락을 구해야 했을 정도”라며 “특히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브랜드를 키워보려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로열티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국내 매장을 운영하는 권리를 얻는 대신 지급 수수료 등 로열티를 해외 본사에 지급한다. 로열티는 흔히 매출에 비례해 책정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2021년 기준 한국맥도날드가 미국 본사에 낸 로열티 명목 비용은 5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당시 27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에 비례해 비용을 지급한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면 도리어 수익성이 떨어진다. 돈을 들여 인수한 뒤 사업을 운영할 유인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전망은

가성비·수제버거 속속…포화 우려

외부 환경도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며 비용 부담이 커졌고 시장 포화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브랜드 매장 개수는 좀처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업계가 추정하는 맥도날드 매장 수는 400개, 버거킹은 470개, 롯데리아는 1330개 수준에서 수년째 답보 상태다.

반면 경쟁 업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브랜드버거, 프랭크버거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가성비 브랜드가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2016년 쉐이크쉑을 필두로 불어온 ‘수제버거’ 열풍도 위협 요인이다. 오는 6월에는 미국 3대 버거로 통하는 ‘파이브가이즈’가 국내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인수합병 구도는 어떻게 흘러갈까. 글로벌 본사와 현재 운영사 양보 없이는 향후 매각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운영 자율권을 확대하고 로열티 비용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업종은 다르지만 인수합병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참고해볼 만하다.

2016년 아웃백 인수를 노리던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로열티 비율 인하를 제시하고 그렇게 아낀 금액을 마케팅비용으로 쓰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마호크’ 등 신메뉴와 딜리버리 서비스 도입 등 자율 운영권도 대폭 확대했다.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580억원에 아웃백을 인수한 지 5년 만인 2021년 약 2700억원에 회사를 되팔 수 있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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