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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 내다보기 힘든 요즘, 블라인드·세컨더리에 돈 몰린다

경기 어렵고, 엑시트도 쉽지 않아
프로젝트펀드보다 블라인드펀드 선호
회수시장 구원투수 세컨더리도 인기

[제공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얼어붙은 투자 시장 상황에서 블라인드펀드와 세컨더리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 공개(IPO)로 엑시트가 어려워져 회수시장이 경색되자 실패위험이 적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유리한 펀드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영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이하 스카이레이크)는 블라인드펀드 조성으로 누적 1조1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자금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 펀드를 유치한 것으로 블라인드펀드에 유동성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사례다. 

스카이레이크는 지난 1월 KT&G로부터 150억원을 출자 받은 것에 이어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로부터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PEF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300억원을 추가로 조달 받았다. 이로써 상반기 내 12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마무리하고 투자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본시장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처음으로 블라인드펀드를 진행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국민연금은 PEF 3곳을 대상으로 총 8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주로 자금을 수혈했던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도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자금 유치에 나서 주목을 받는다. 한앤코는 32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되는 4호 블라인드펀드를 시작으로 국내 출자자(LP) 자금 유치에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펀드는 대체로 펀드를 결성한 운용사의 실적이나 네임밸류 등을 바탕으로 출자를 고려하게 된다. 스카이레이크가 다수 LP들이 출자를 줄인 상황에서도 연달아 자금 조달을 받은 것도 그동안의 투자회수 성과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규모가 큰 블라인드펀드 없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중소형 운용사들은 투자기회가 있어도 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블라인드펀드의 경우 팬데믹으로 투자가 크게 위축된 작년 이전으로 회복되어 가는 양상을 보이지만 프로젝트 펀드 조성은 이전보다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LP들이 투자대상에 대한 수치 및 지표를 검증하는 강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구주에 투자하는 세컨더리펀드 역시 벤처캐피탈(VC)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자 조명을 받고 있다. 보통 세컨더리펀드는 기존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IPO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회수한 자금으로 다시 투자하는 순환구조가 난항을 겪으면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에 따르면 세컨더리 투자 목적 조합은 총 158개로 전체 결성액 규모는 2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최근 5년간 결성 규모로 봐도 2022년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는 해외 기업의 세컨더리 펀드에 900억원 상당의 출자를 결정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공모시장 여건 악화로 할인된 밸류에이션을 투자 기회로 보고 출자를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구주를 저렴한 가격에 사려는 신규 투자자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기존 투자자 간 거래를 통해 막혀 있던 자금 회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컨더리펀드는 정부의 지원으로 시장 규모 확대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장 상황에 발맞춰 정부는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 규모를 2027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세컨더리펀드에 대한 신주 투자의무를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운용자산의 20%를 신주에 투자해야 했던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세컨더리펀드 조성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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