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 성장하는 퇴직연금, 올해 400조원 돌파 예상

2023-05-09 11:48:09 게재

노후소득보장제도 중요한 축으로 성장

디폴트옵션 의무화로 금융업 경쟁 치열

운용 성적표 공개로 가입자 자금이동 ↑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36조원에 달했다. 올해는 4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한 퇴직연금은 해마다 약 20% 성장하며 2032년에는 약 86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7월부터 의무화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각 금융사의 퇴직연금 운용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가입자들이 수익률을 비교한 후 사업자 변경 등 자금이동 증가가 예상되면서 금융사 간 경쟁은 본격화되고 있다.


◆336조 중 88.6%가 원리금 보장상품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17년 만에 330조원을 훌쩍 넘었다. 올해는 400조원 돌파가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퇴직연금이 2027년 말 557조원, 2032년 말에는 8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평균 2%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수익률은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를 기록했다. 원리금보장형의 경우는 수익률이 더욱 낮다. 같은 기간 2.77%, 1.68%, 1.35%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손실이다.

그나마 실적배당형의 경우엔 각각 6.38%, 10.67%, 6.42%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방법별로 10년 장기 수익률을 보면 원리금보장형이 2.19%, 실적배당형은 4.09%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문제는 여전히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예금과 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로 이어지게 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 336조원 중 88.6%가 원리금보장상품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은 약 4년 만에 1조2000억원에서 30조5000억원으로 24.3배 넘게 증가했다.

◆7월 12일부터 지정 의무화 = 이런 배경으로 디폴트옵션제도가 2022년 7월에 도입되어 본격적으로 가입자들의 상품선택이 시작됐다. 연금 선진국인 미국과 호주, 영국 등은 디폴트옵션을 선제 도입해 퇴직연금의 장기 운용성과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은 '401K' 제도를 1981년부터 운용하고 있고, 호주는 1992년 '마이슈퍼(My Super)' 디폴트 옵션, 영국은 2012년 '네스트(NEST)'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정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로 지난해 11월 첫 상품 승인이 이뤄진 이후 지난해 말 기준 259개 상품이 승인됐다.

오는 7월 12일부터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이 의무화된다. 또 하반기부터 각 금융사의 퇴직연금 운용 성적표가 공개된다. 금융당국은 정부로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승인을 받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순위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는 통합연금포털사이트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만 공개하고 있는데,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 공시 여부도 검토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운용을 좀 더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며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자금 이동 요구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업계는 연금상품의 실물이전 방안도 함께 고민 중이다.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은 "가입자들이 수익률 공시를 비교하고 자유로운 이동까지 가능해지면 금융사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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