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운용자산 5조원을 눈앞에 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해외 기업의 세컨더리 펀드에도 처음으로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통 자산군뿐만 아니라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투자처를 다양화하는 차원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최근 해외 기업 세컨더리 펀드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공고를 냈다.

위탁 운용액은 총 900억원 안팎이며 운용사 1곳당 2천500만달러 내외로 출자할 예정이다. 총 3개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제회의 출자 비율은 펀드 결성 총액의 50% 이하다. 지원 운용사는 설립 후 3년이 경과하고 신청하는 자산 종류의 누적 운용 규모가 미화 3억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이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사모펀드나 VC는 펀드 만기가 돌아오면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만큼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데 대규모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특성상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이들 운용사의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게 세컨더리 펀드다.

세컨더리 펀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여파로 기업 인수합병과 공모시장 여건이 악화하면서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사모펀드나 VC는 투자 1~2년 후 상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프리IPO(기업공개) 형태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모 시장 위축으로 상장을 미루는 기업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원하는 값으로 지분을 매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만기에 맞추는 게 중요한 사모펀드나 VC 입장에선 당초 예상 가격보단 낮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컨더리 펀드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건설근로자공제회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런 여건에 주목해 해외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운용자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투자처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처음으로 국내 부동산 대출형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하기로 결정하고 2천억원을 배정했다. 2021년에는 국내 부동산 기회추구형 펀드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3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해외 인프라 자산에 대출하는 펀드에도 3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기회추구형 펀드는 일시적으로 부실하다고 여겨지지만, 회복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기회추구형 펀드와 대출형 펀드 모두 대체투자 내에서도 더 세분화한 투자 영역이다. 그만큼 투자처를 더 다양화하려는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작년 말 기준 운용자산은 4조5천911억원으로 올해 말께 5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운용자산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자산 증가 속도가 빠르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죽 쒔던 작년에도 수익률은 -0.14%로 선방했다.

여기에는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작년 말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 내 대체투자 비중은 27.2%로 5%인 주식보다 크다. 대체투자액은 1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대형 공제회들과 비교하면 아직 작지만, 성장 여력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CI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5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