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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하이브로 1000억 번 투자 명가 [영업이익 강소기업(66) LB인베스트먼트]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23.04.28 15:53:32
  • 최종수정 : 2023.04.28 15:54:02
1298 대 1.

올해 3월 상장한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인베)가 상장 전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때 기록한 경쟁률이다. 많은 관심 속에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으로 확정했다. 일반청약도 분위기는 뜨거웠다. 결국 1165.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으로 약 3조4326억원이 모였다. 지난 27년 동안 547개 국내외 유망 기업에 투자해 111개 기업을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시킨 저력의 벤처 투자 전문 기업 위상을 확인한 셈이다. 상장 후에도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다. 상장 첫날(3월 29일) LB인베는 시초가(6500원) 대비 30% 상승한 8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5100원)보다 65.7% 높은 가격이다. 이미 투자해둔 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속속 보여주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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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인베 어떤 회사?

LG 계열에서 2008년 독립

LB인베는 다양한 유망 분야 스타트업에 초기부터 투자, 기업가치를 높인 후 지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취하는 벤처캐피털이다. 1996년 LG전자와 LG전선이 출자해 LG창업투자로 출발한 것이 시초다. 2008년 계열 분리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후 27년 동안 하이브,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직방 등 10개 국내 대표 스타트업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해 유니콘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BTS의 하이브에 총 2회에 걸쳐 65억원을 투자했는데 회수할 때 금액은 투자금의 18배인 1157억원에 달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에도 게임 개발 단계에 50억원을 투자했던 것이 엑시트(자본 회수) 단계에서는 16배인 78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 밖에 카카오게임즈 기업가치를 10배(설립 시 50억원 투자, 517억원 회수)로 키워 자본 회수를 했는가 하면, 팹리스 기업인 실리콘웍스에 개발 단계에 70억원을 투자, 10배 이상 높은 투자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5월 기준 무신사, 에이블리, 스탠다드에너지, 리브스메드 등 다양한 분야의 차세대 유니콘 지분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펀드 운용자산은 약 1조2000억원, 운용 펀드 총 내부 수익률(Gross IRR)은 33%대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성과(수익률)와 27년 동안 단 한 건의 규정 위반이 없는 신뢰성을 기반으로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과 산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출자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운용 성과 좋은데 비용은 인건비 정도

벤처캐피털 회사의 영업수익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펀드 운용에 따라 수령하는 기본 관리보수와 펀드 운용 성과에 따른 성과보수 그리고 펀드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평가이익이다.

이 중 관리보수는 운용사에 대한 기본보수로서 펀드 운용자산 금액을 바탕으로 보장받는 보수다. LB인베는 2023년 현재 기준 운용자산이 1조2430억원으로, 이를 기반으로 100억원대 중반 관리보수를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성과보수는 조합 운용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추가 수익을 뜻한다. 펀드 기준 수익률을 초과하는 부분의 일정 비율을 운용사가 지급받는 수수료다. 성과보수는 펀드 만기와 관계없이 운용 중이라도 기준 수익률만 넘으면 회수하는 대로 발생된다. LB인베는 성과보수를 10년 연속으로 창출했다. 최근 3년 평균 성과보수만 111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영업수익이 창출되는 한편, 벤처캐피털 영업비용은 인건비 외에는 크게 돈 들어갈 일이 없다. 임직원 기본급과 성과급, 기타 판관비가 영업비용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이미 운용자산에서 나오는 관리보수만으로 성과급을 제외한 기본급과 판관비가 다 충당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박기호 대표는 “상장 이후 공모자금으로 운용 펀드 출자 비율을 1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인데, LB의 높은 펀드 운용 성과가 회사의 수익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이 배분 수익은 성과급 비용 없이 회사 영업수익만 증대되는 부분이라 앞으로 영업이익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약점은 없나

평가이익 따라 매출·이익 출렁

2021년 매출액 494억원, 영업이익 311억원.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이다. 그런데 지난해 매출액은 185억원, 영업이익은 48억원이다. ‘잘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무슨 문제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벤처캐피털 회사만의 특징인 평가이익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착시 효과다. 참고로 평가이익이란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공정 가치 평가 금액을 뜻한다. 보유하고 있는 회사 기업가치가 매 분기 회계에 반영되는데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 환경 악화로 2021년도 대비 평가 금액이 하락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영업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니지만 회사 실적이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이런 점은 상황을 잘 모를 수 있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기호 대표는 “오히려 지난해 이연시켜놓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올해 더 좋은 가치로 회수해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투자 혹한기라 할 정도로 투자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그동안 성장성만 보고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스타트업이 최근에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거나 문을 닫기도 한다. 그만큼 생존이 우선인 시점이다. 이런 때 이미 투자해놓은 회사 중 일부가 재무 상황이 안 좋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LB인베 입장에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벤처캐피털이 보수적으로 움직이던 2022년에도 LB인베는 총 2024억원을 인공지능, SaaS(구독 방식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반도체, 물류 드론, 무인 자동화와 로봇 등 차세대 유망 분야에 적극 투자했습니다. 2023년에도 인공지능과 같은 차세대 성장 분야와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LB인베가 큰 성과를 만들어낸 K-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등에 전년 대비 20% 이상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최고의 투자 시점이 될 수 있는 2023년과 2024년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박기호 대표의 설명이다.

위기 타개책은

출자 비율 올리고 글로벌 진출

LB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우선 상장 공모자금은 펀드 출자 비율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전까지 LB는 운용 펀드 출자 비율이 6% 수준이었다. LB가 아무리 운용 성과가 좋아도 회사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다. 그래서 이번 공모에 들어온 자금으로 향후 펀드 출자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 펀드의 수익 결과가 회사 수익 확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그림이다. 더불어 해외 진출에도 고삐를 당길 예정이다. 이미 LB인베는 2007년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현재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두고 있다. 그 투자와 회수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5회에 걸쳐 중국 내 2500개 외국계 VC 중 상위 50위 VC로 평가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여세를 몰아 동남아, 미국, 유럽 지역에도 진출해 이를 LB인베의 새로운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그동안의 해외 투자를 통해 축적된 해외 투자 경험과 높은 해외 인지도를 다른 국가에도 이식시킬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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