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상품의 종류 역시 급증하고 있다.

채권형 ETF가 아직 초기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 운용사는 차별화를 통한 선점보다는 라인업 확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채권형 ETF는 총 92개로 6개월 전보다 19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ETF가 39개 늘어난 점과 비교해보면 더디다고 볼 수 있으나, 증가율로 따져보면 채권형 ETF 증가율(26%)이 주식형 ETF(8%)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금리가 높아지자 채권 ETF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및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채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편이다.

국고채 3년물(붉은색 선), 10년물(초록색 선), AA- 회사채 3년물(파란색 선) 금리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주식형 ETF가 강세를 띠었던 재작년 및 작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각 운용사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강조하며 새로운 주식형 ETF를 선보였다. 아직 상품화하지 않은 성장 산업을 ETF로 선점해야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달리 채권형 ETF에서는 상품 차별화 경쟁은 크게 일어나진 않고 있다.

작년 11월 만기매칭형 채권 ETF 8종이 출시한 이후 운용사들은 회사채 ETF 중심으로 상품을 출시했다. 12개의 만기매칭형 채권 ETF 중 회사채를 담은 상품은 7개에 달한다.

종합채권 ETF 역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연초 비슷한 시기에 상장했다.

그나마 초장기채 ETF에서 운용사별 특색이 드러났다.

지난 2월 미래에셋운용은 듀레이션을 늘려 자본차익을 극대화한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 ETF를 상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채30년선물 레버리지' ETF를, KB자산운용은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 ETF를 각각 출시해 기초자산 등에서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

ETF 시장이 열린 이후로 채권형 상품은 그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채권은 생소했고, 제로(0)금리 추세로 그 매력이 크지 않았던 탓이다.

상황이 반전되면서 채권형 ETF 시장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한 만큼, 특색 있는 상품보다는 기본 상품부터 꾸려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최근에서야 금리가 올라와 투자자들이 채권형 상품을 매력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그만큼 기초 상품이 확보돼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시장 특성상, 뚜렷한 '스타 상품'이 없어 현재로서는 선점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상품별로 리더십을 가진 상품이 아직 확정되진 않은 분위기라 지금 진입해도 붙어볼 만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듯하다"며 "과도하게 벌어지기 전, 경쟁에 밀리지 않도록 라인업을 갖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시장 규모가 커지면 채권 소싱에 따라서도 운용상 차이로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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