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철주야' PMI 위해 랩지노믹스 상주...브라질 '3G CAPITAL' 롤 모델

작년 하반기 금리가 치솟자 인수·합병(M&A)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여기에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논란까지 덮치며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신규 투자보다는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신생 PEF 운용사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이하 루하PE)가 코스닥 상장사 랩지노믹스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딜을 성사시키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인수 두 달여가 지난 시점, 경영권이 변동된 랩지노믹스를 찾아가 이종훈 루하PE 대표를 포함한 4명의 운용역을 만나봤다.루하PE는 여의도 파크원에 둥지를 틀고 있다. 다만 이들 핵심 운용역 4명은 당분간 판교에 위치한 랩지노믹스로 출근해 '인수 후 통합'(PMI)에 힘쓰기로 했다. 6.61제곱미터(약 2평)도 채 되지 않는 판교 사무실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땀을 흘리며 랩지노믹스에 융화하기로 한 셈이다.


이 대표는 루하PE를 겸손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는 운용사라고 소개했다. 이해관계자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M&A는 물론 PMI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했다. 루하PE 운용역들은 랩지노믹스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루하PE의 이런 헌신이 지금까지 회사를 성장시켜 준 랩지노믹스 임·직원들에 대한 예의이자 솔선수범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저희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두 번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약사 출신이다. 병원 약사, 제약회사 전략 컨설팅,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애널리스트를 거쳐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심사역)으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는 루하PE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재무적투자자(FI) 관점의 짧은 호흡의 투자로는 한국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바꾸기 한계가 분명하다고 봤다. 루하PE를 통해 단순 투자회수를 넘어서 한국의 바이오진단회사가 동반 성장하고  한국의 바이오 생태계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루하PE의 최지웅 상무, 오세진 상무, 채영환 상무도 랩지노믹스 PMI에 전념하고 있다. 루하PE 운용역들은 무보수로 일하며 랩지노믹스 임직원에게 제공되는 복지혜택도 받지 않는다. 이들의 법인카드 한도는 30만원이다. 랩지노믹스와 연관된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최소 한도로 책정한 금액이다. 이들의 PMI가 어느 정도인지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최지웅 상무는 MUFG은행(미쓰비시UFJ은행), 대신증권, PEF 운용사인 제이에스프라이빗에쿼티 등에 재직했다. 최 상무는 이 대표와 루하PE를 창업하기 직전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굿닥에서 전략·IR 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전자의무기록(EMR) 회사 인수와 PMI를 주도했다. 최 상무는 랩지노믹스 인수과정에서 투자계약 협상, 펀드 설립부터 클로징까지 투자 전 과정을 세심하게 관여했다.


최 상무는 "EMR시장과 진단수탁검사 시장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성장 전략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디지털헬스케어와의 접목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울 필요가 있다. 랩지노믹스에서도 향후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세진 상무는 삼일회계법인 감사본부, 법무법인 율촌 조세본부 형사본부 포렌직팀 등을 거쳤다. 두 곳의 상장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도 수행했으며 PEF 운용사인 H&Q코리아의 파견 CFO로도 근무했다. 일반 회계사 업무범위인 재무회계·세무회계·M&A 등 분야를 넘어서 기획, 법무, 인사(HR), 정보기술(IT), 영업, 구매, 개발 등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다수의 M&A에서 그의 능력을 이미 시장에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회사 전반을 아우르는 시점이 필요한 PMI에서 오 상무가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오 상무는 "루하 PE는 누구보다 열정과 헌신을 다하는 구성원들이 수평적 의사소통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루하PE 구성원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받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자 가치관으로 생각한다"며 "어떠한 M&A와 기업경영도 신뢰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루하PE 핵심 구성원 중 한 명인 채영환 상무는 EY한영회계법인 감사본부와 삼정회계법인 딜 본부에 재직했고 출자자(LP) 업무도 다수 수행했다. 채 상무의 LP네트워크가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후문이다.


채 상무는 루하PE에 합류하기 수 년 전 이 대표와의 만남을 술회했다. 채 상무는 "이 대표가 PE 업무의 꽃은 바이아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배워온 모든 것을 활용해 회사를 새롭게 바꾸는 일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랩지노믹스 바이아웃으로 그때의 이야기를 실행에 옮기게 됐다.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루하 PE의 롤모델은 브라질의 사모펀드 운용사 '쓰리지 캐피탈(3G CAPITAL)'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회사 '앤호이저부시'를 바이아웃 한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쓰리지 캐피탈의 경영철학은 '금융회사의 힘은 자본의 규모가 아니라 생각(꿈)의 크기'이며 절박하고, 똑똑하고, 깊은 욕망을 지닌(PSD· Poor, Smart, Deep desire to get rich) 이들을 채용한다. 루하 PE의 지향점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