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경력 문턱 낮춰 기회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이 해외 헤지펀드 위탁운용사에 출자할 때 적용하는 요건을 완화한다.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유형인 만큼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23일 국민연금은 최근 해외 사모투자와 헤지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새롭게 공시했다.

기존에는 사모투자와 헤지펀드 위탁사의 선정 기준을 하나로 묶어 대체투자 위탁사로 공시했으나 이번에는 별도로 나눈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 위탁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완화한 점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헤지펀드 위탁사를 뽑을 때 운용 규모는 헤지펀드 분야 총수탁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재간접방식의 경우 30억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운용 경력도 주요 운용인력의 헤지펀드 분야 운용경력이 3년 이상, 재간접방식의 경우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기존에는 헤지펀드의 경우 운용규모가 일괄적으로 제안하는 자산 종류가 30억달러 이상이어야 출자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운용경력도 제안하는 자산종류에서 5년 이상이 필요했다.

이와 비교하면 새로운 기준은 운용규모 면에서 투자방식을 구분하고 재간접방식이 아닌 경우 수탁자산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운용 인력의 경력 면에서도 마찬가지로 투자전략을 구분하고 경력 기준을 2년 낮췄다.

국민연금이 헤지펀드 부문의 위탁사 선정 기준을 완화한 것은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에 절대 수익 비중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운용 규모나 경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전략은 좋은 헤지펀드에도 더 기회를 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헤지펀드 부문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다. 2016년 처음으로 헤지펀드 위탁사를 선정하며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한 뒤 2020년부터는 싱글펀드 방식으로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싱글펀드는 위탁사 선정이나 포트폴리오 구축 등 주요 투자 결정을 재간접펀드 운용사에 위임하는 대신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후 2021년부터는 싱글펀드 비중을 50~70% 수준까지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한편 기금본부 자체 역량도 강화하겠다는 게 헤지펀드 운용 로드맵이다. 헤지펀드 위탁사 선정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더 많은 운용사와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의미도 있다.

국민연금은 실제 헤지펀드 투자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사모투자 규모가 59조8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1년 말의 49조2천억원에서 1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 투자액은 작년 말 5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전체 금융자산 중 헤지펀드의 목표비중을 0.5% 정도로 설정하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국민연금은 헤지펀드 투자 규모를 10조원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기금본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금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절대수익 추구형 전략의 비중을 늘려 말 그대로 위험을 '헤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민연금 외부 관계자는 "이미 기금본부 내부적으로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지만 헤지펀드 투자액을 10조원까지 늘리고 비중도 전체 자산에서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현재 헤지펀드 전담하는 인력도 5명이 안팎에 불과한데 인력도 더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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