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금투협회장 "은행 중심 금융구조 바꿔야"

2023-03-15 11:36:50 게재

지급결제망 공유 등 증권사 업무 확대 요청

10년 내 아시아 Top3 금융투자사 탄생 목표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를 바꾸고 증권사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은행권 중심의 폐쇄적인 인프라를 공유하고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활성화 등 기업자금조달 창구 다변화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다.
14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향' 제1차 릴레이 세미나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사진 금융투자협회 제공


서유석(사진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금융투자협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직접 기조발표에 나섰다. 이날 서 회장은 "글로벌 투자 산업의 전기가 되길 바라는 절박한 마음을 담아 발표에 나섰다"며 "K-자본시장이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멋진 나라, 10년 내 아시아 Top3 금융투자사 탄생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금융위원회가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개최한 세미나로 지난 1월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금융의 선진화, 국제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데 따른 후속 조치 일환이다. 금융위는 13일 '금융산업 글로벌화 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서 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제도 도입과, IB부문의 수익성 확대, 해외 비즈니스 수익성 개선 등 괄목한 만한 외형적 성장을 거두었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은행예금 중심의 가계금융자산 구조,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와 규제 등 한계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2010년부터 2022년 사이 가계의 금융자산 중 예금비중은 46%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나 금융투자상품은 30%에서 22%로 오히려 감소했다. 공모펀드는 정체하고 사모펀드의 투자자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또 해외 선진국은 가계금융자산 중 금융투자상품과 연금이 대부분인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투자상품·연금을 통한 노후준비가 부족하다. 통계청(2019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 준비방법 중 국민연금이 58.7%, 예적금이나 저축성보험이 15.6% 비중을 차지한 반면 퇴직급여는 4.1%, 주식 채권 등은 0.5%에 불과했다.

해외진출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크게 증가했지만 아시아국가 IB리그 순위에서도 20위권 내에 진입한 국내 증권사는 하나도 없다.

서 회장은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에서 탈피하여 자본시장을 육성하고자 하는 유럽연합(EU) 자본시장 동맹 움직임을 선진 사례로 들며, 글로벌 영역 확대와 뉴노멀 대응을 통한 금융투자업의 5가지 추진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해외 진출 관련 규제 개선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ESG 대응 등을 통해 △10년 내 아시아 상위 3위권 수준의 금융투자회사 배출 △연금·자산관리 활성화를 통한 국민 노후준비 지원 △공모펀드 경쟁력 강화 및 사모펀드 성장 지원 △대체거래소(ATS) 인가를 비롯한 자본시장의 질적 향상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금융투자회사 사장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기존 제도와 프로세스를 투자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투자 경험의 혁신'과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증권사 업무 영역 확대를 통한 수익원 다각화를 위한 유인과 정책금융기관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요구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은 "국내 증권사가 국내 기업과의 해외 동반진출 등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조달수단 확보와 투자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다양한 수익원의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증권업계의 업무영역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금융투자회사가 다변화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권 내 칸막이를 벗어나 겸영 부수업무 확대나 다른 업권의 기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카드,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제공하는 개인여신을 증권사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다면 증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해외진출은 경제가 성장하고 자본시장이 활발하며 금융자산이 축적된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되 그 기본 전제는 충분한 자기자본과 지속적 투자에 대한 의지"라고 말했다.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대표는 "국내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국내에 많이 진출해 금융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규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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