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관련해 피해 본 국내 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액 전년비 75.2% 줄어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의 최대 상업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접적으로 예금 혹은 투자 관련해 피해를 본 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투자 혹한기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스타트업계는 이번 SVB 사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벤처투자 감소세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글로벌화 돼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외국 소재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 유치를 받는 경우가 있어 이번 SVB 파산 사태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는 38.6%, 43.9% 각각 급감했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2952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75.2% 줄었다.

지난해부터 고물가와 고환율 등 복합 위기로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가 파산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현재까지 개별 국내 스타트업이 SVB 파산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다.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이유는 SVB에 예금을 예치하거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 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대다수가 미국 현지 법인을 두지 않고 있다. 미국에 법인이 있는 기업으로는 쿠팡이 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SVB와 투자 혹은 예금 곤련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스타트업은 해외 법인을 두지 않았거나 있더라도 미국에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현재 캐나다와 일본에만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오늘의집 역시 유일한 해외 법인이 일본에 있다.

이와 함께 한국벤처투자는 투자한 글로벌 펀드 중 SVB에 투자금을 예치해둔 펀드들이 있어 손실을 볼 뻔 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 정부가 SVB에 예치된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하면서 한 숨을 덜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한국벤처투자는 정부가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IT·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SVB에 자금을 예치하거나 투자한 국내 업체는 드물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해부터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돼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VB는 최근 미국 기술기업들의 예금 인출이 늘어나면서 미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던 보유 자산을 급히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벤처기업들이 대규모 예금 인출 현상(뱅크런)이 발생했고, 이에 지난 10일(현지시간)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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