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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돈줄 말라가는 스타트업 …'제2 국부펀드' 만들어 지원

김정환 기자
송광섭 기자
입력 : 
2023-03-12 17:36:53
수정 : 
2023-03-12 18: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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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테마섹' 방안 5월 발표
반도체·車편중 산업구조 개편
고금리에 침체된 벤처업계
투자심리 회복 마중물 기대
사진설명
정부가 반도체·자동차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제2의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 세계 경기 위축과 고금리 여파로 투자금이 크게 줄어든 국내 벤처기업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오는 5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산업대전환' 계획을 발표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투자 문화가 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종전 한국투자공사(KIC)와 별개로 성장자본에 투자하는 이른바 'KICⅡ'와 같은 트랙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부는 추락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떠받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에는 제1차 산업대전환 포럼 좌장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대전환 포럼은 투자·인력·생산성·기업환경·글로벌전략·신(新)비즈니스 등 6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그중 핵심인 투자 분과는 첨단 투자 부문을 업종별로 나눠 각각 경쟁국을 지정하고, 경쟁국 이상의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형 테마섹(K-테마섹)'으로 불리는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나친 기업 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산업영향평가 제도 도입 등을 논의 중이다.

투자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을 한국 실정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여러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가 성장자본의 투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기업 혁신동력 등 생산성이 약해지면서 갈수록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장기 경제 추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10~2020년 3.09%에서 2030~2040년 0.69%로 0%대 성장이 가시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2050~2060년에는 -0.03%로 경제가 후퇴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2001~2005년 잠재성장률(5.1%)과 비교하면 20여 년 새 성장 에너지가 반 토막 나는 셈이다.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저출생·고령화에 일손은 줄고, 자본을 투입해도 효율성은 늘지 않는데 기업 혁신마저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 총요소생산성(기술 개발·경영 혁신)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2.0%로 추정되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0.9%포인트)이 1%포인트 이내에서 정체되며 성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즉, 돈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기술과 경영 혁신 등이 약해지며 한국 장기 성장률이 깎여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기업에 대한 사전 규제가 혁신을 막고 있다"며 "규제를 풀어 민간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되, 나쁜 짓을 하면 사후에 강력한 처벌을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반도체·배터리 등 일부 첨단산업을 빼면 한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중·일의 인공지능 부문 기술 격차는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 91.8, 일본 88.2, 한국 87.4 순이다. 양자 기술은 중국 93.2, 일본 90.4, 한국 62.5로 기술 격차가 더 크다. 연구개발(R&D)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서 진행된 산업대전환 민간 포럼에선 "한국은 세계 1위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와 인구 대비 연구인력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R&D에서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코리아 R&D 패러독스'가 고착화돼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성장자본 역할을 해온 벤처캐피털(VC) 시장은 최근 경기 둔화와 고금리 탓에 투자 온도가 차갑게 식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 투자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급감했다. K-테마섹이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 투자 시장에 새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투자심리와 자본시장이 경색되면서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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