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꺼번에 매물로 나왔던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주인 찾기 작업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KFC코리아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오케스트라PE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맘스터치는 홍콩계 투자회사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KFC를 비롯해 맥도날드, 버거킹 등 글로벌 본사가 있는 브랜드는 본사와의 가맹 조건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최종 매각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FC글로벌 본사와 KFC코리아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오케스트라PE는 한국 가맹점 선정 시 글로벌 본사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절차를 계약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오케스트라PE는 KFC글로벌 대주주인 얌브랜즈와의 협상 끝에 해외 본사 직영으로만 운영되던 한국KFC를 가맹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다”면서도 “본사의 최종 승인이 없으면 가맹사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실효성에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얌브랜즈는 KFC코리아를 운영하던 KG그룹과도 갈등이 있었다. 지난해 7월 KFC코리아는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한정판 ‘민트초코 디핑 치킨’을 선보였다. 이 제품 출시에 대해 KFC 본사와 얌브랜즈는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얌브랜즈는 KFC코리아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KFC코리아가 매물로 나오게 된 주요 배경이다.

글로벌 본사가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곳은 KFC뿐만은 아니다. 한국맥도날드의 사업권 매각을 결정한 맥도날드 본사는 지난해 매각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새 인수자는 반드시 개인이고 외식업 경험을 갖추는 등 우리가 정한 기준을 통과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일부 매각 주관을 맡으려던 IB들은 “백종원 씨를 데려오란 말인가”라는 불만을 표하며 매각 자문을 포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한국법인들은 ‘빛 좋은 개살구’란 평가가 많다. 깐깐한 프랜차이즈 계약 외에도 각국 법인은 매출의 5%가량을 매년 본사에 로열티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점포개발계획 조항도 인수자 입장에선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이 계약에 따르면 인수자는 회사 실적과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매년 점포를 일정 수준까지 확장하고 유지해야 한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매각 작업이 더딘 것도 본사와의 관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및 일본 버거킹 매각을 시도 중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예비입찰을 시작했지만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6월 매각 절차를 시작한 한국맥도날드도 본입찰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