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이넘스·지구인컴퍼니·나라셀라 등 투자에 참여하며 경력 축적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벤처투자가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닌 만큼 벤처투자 업계에도 90년대생 심사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5년차를 맞은 에이벤처스에도 90년대생 신혁 심사역(사진)이 합류해 함께 일하고 있다.


신혁 심사역이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경험을 쌓은 건 에이벤처스가 처음이다.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한 신 심사역은 졸업 후 LG경영연구원(옛 LG경제연구원)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경영연구원은 LG그룹이 1986년 설립한 기업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군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견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지적재산권(IP)에 관심이 많던 신혁 심사역은 LG경영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IT플랫폼, 소비재, 메타버스를 비롯해 브랜드 가치 등에 대한 연구를 했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한편으론 갈증도 지속됐다.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한 산업군을 발굴하더라도 연구가 중점적인 조직에서는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주요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 심사역은 "굉장히 좋은 직장이었지만 습득한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눈을 돌린 직업이 심사역이다. 같은 기업에서 근무했던 선배 중 일부가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등의 벤처캐피털로 이직하면서 심사역에 대한 설명을 잘 들을 수 있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사이트에서 에이벤처스 채용공고를 확인해 입사 지원했다. 대학 시절 정유신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운용사) 전 대표가 진행하는 벤처투자 관련 수업도 들었던 만큼 심사역과 벤처캐피털은 신 심사역에 마냥 낯선 분야는 아니었다. 


신혁 심사역은 에이벤처스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보고 특히 끌렸다고 한다. 신 심사역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산업군에 투자한 에이벤처스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에 대해 자신만의 투자 설명(IR)을 해보라는 과제를 거친 후 에이벤처스 신입 심사역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2021년 8월부터 심사역으로 일을 시작한 신혁 심사역은 현재 조창래 에이벤처스 대표와 김태규 부사장 등과 협업하면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코드잇, 위펀, 지구인컴퍼니, 이파피루스, 후이넘스, 생활공작소, 리브애니웨어, 나라셀라 등이 신 심사역이 직·간접적으로 투자에 참여한 기업들이다. 신 심사역은 "아직 단독 발굴해 투자까지 단행한 기업은 없지만 회사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며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기업이 가지는 차별성 등 심사역의 투자 관점을 A부터 Z까지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포트폴리오가 하나하나 기억에 남고 많은 것을 배운 투자 경험이지만 '나라셀라'는 더욱 의미깊다. 에이벤처스는 지난해 중순 나라셀라에 284억원을 투자했다. 나라셀라 투자를 위해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에이벤처스 FIRST 투자조합' 이라는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했다. 신 심사역은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기 위해 출자자(LP)에게 회사를 소개하는 발표자료를 직접 만들며 펀드 결성 과정에 참여했다. 해당 프로젝트 펀드에는 신 심사역이 핵심 운용인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 심사역은 "나라셀라에 투자하면서 미국 현지로 실사도 다녀오고 여의도를 오가며 출자자를 직접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나라셀라는 와인 업계에서 이를 잘 실현하고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설립 5년차를 맞은 에이벤처스 운용자산은 2200억원 정도다. 초기투자부터 상장 전 대규모 투자(프리 IPO)까지 다양한 단계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첫 투자 단계부터 후속 투자를 생각하고, 투자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것을 에이벤처스만의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신 심사역은 "벤처캐피털마다 다르겠지만 에이벤처스는 투자 후 도와줄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한다"며 "단순히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막힌 부분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투자 기업간의 시너지를 누릴 수 있는 방향도 소개하면서 후속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기업 투자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있는 주니어 심사역인 신혁 심사역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는 것이 목표다. 신 심사역은 "투자라는게 혼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좋은 동료들과 팀으로 함께 일하는게 중요한 거 같다"며 "피투자기업 입장에서도 함께 동반하고 싶고 할 만한 심사역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잘하는 산업'을 발굴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기업을 발굴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 심사역은 "일상 생활에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등을 보면서 투자 분야를 고민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