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제조업 분야 강소기업과 스타트업은 꾸준히 투자금 유치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술기업 대비 제조업체는 매출과 이익에 근거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수월한데다 금리인상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강소기업의 지분을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산소공급 시스템 전문기업 엔에프는 BNK캐피탈로부터 4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내년 가정용 헬스케어 제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엔에프의 기존 투자자는 한국투자증권, 케이그라운드벤처스 외에 네이처홀딩스, 이엠텍, 일본 니또세이코 등이다.

2012년 설립된 엔에프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산소공급시스템 분야 강소기업이다. 엔에프는 고압 산소통 없이도 93% 이상 고순도 산소를 24시간 제공할 수 있는 특허 기술로 국내 최초 복합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의료보험 수가에도 적용이 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인도, 미얀마, 몽골, 멕시코, 브라질 등 해외 병원에 의료용 제품 수출을 완료했으며, 국내에서도 서울 중앙의료원, 한국병원, 중앙병원 등 900여곳에 산소공급시스템을 설치했다.

엔에프는 내년부터 의료기기 외에 헬스케어 제품 성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KT가 지난 10월 출시한 실내 공기 질 관리 솔루션 '지니에어'를 통해서다. 엔에프는 KT와 함께 KT 송파 사옥, 소피텔 호텔 등 대기업 사옥과 공장에 산소공급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내년 초부터는 가정용 지니에어 산소 공급기 제품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가정용 산소공급기 제품 / 출처: 엔에프 홈페이지
가정용 산소공급기 제품 / 출처: 엔에프 홈페이지
엔에프를 창업한 이상곤 대표는 조선공학 석박사 과정 중 일본에서 본 '산소 캔 자판기'에 착안해 2002년 산소발생기를 유통하는 '산소 같은 사람들'을 설립했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한 회사는 자체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2012년 법인 전환했으며 현재 인도법인을 포함해 직원 수 116명의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3월 생산공장을 완공해 무인 자동화 산소 발생 모듈 생산설비를 구축하면서 연간 1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회사는 올해 120억원 매출을 예상하며 내년 9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엔에프는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2024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산소 공급이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높이고 스트레스 지수 완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공기 질을 관리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매우 증가할 것"이라며 "집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가 있는 것처럼 양질의 산소를 제공하는 산소 공급기가 가정마다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인배 BNK캐피탈 상무는 "엔에프는 내년부터 헬스케어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투자시장 악화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BNK캐피탈은 부울경 지역의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지역 우수 기업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