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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맞은 벤처투자, 스타트기업 "버텨야 산다"

벤처투자 상반기 4조‧하반기 1조대로 급감…내년 경기전망도 암울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2.12.02 12:09:08
[프라임경제] 스타트업계에 빙하기가 덮쳤다. 전례 없는 성과를 누렸던 벤처 투자시장은 돈줄이 말랐다. 경제 불확실성,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펀드 조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모태펀드 규모 축소 계획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VC 업계가 스타트업 투자를 망설이자 위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작년까지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견인했던 바이오 분야와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유통, 커머스업계의 투자 흐름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 잇따른 금리 인상…'투자 심리 위축'

약 4조원,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 금액이다. 전년 동기 대비 24.3%가 성장하며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정부의 모태펀드 축소 계획 등으로 전례 없는 성과를 누렸던 벤처 투자시장에 빙하기가 덮쳤다. ⓒ 연합뉴스


상황이 뒤바뀐 건 하반기부터다. 벤처 투자 규모(1조2525억원)가 작년 3분기에 비해 40%나 줄었다. 지난해 벤처 붐으로 적극적이던 투자자들이 일제히 지갑을 닫았다.

시작은 미국 실리콘밸리다. 우선 올해 들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세계적인 빅테크 우량 기업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 이상 감소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국의 금리 인상 · 중국 봉쇄령 · 러·우 전쟁 등이 영향을 끼쳤다. 

큰 형님격 빅테크가 휘청이니 비상장 테크 기업인 스타트업과 국내 벤처 투자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금리 인상이 국내에도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하이리스크인 모험자본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어졌다. 고평가 기조를 버리고 성장성보다 수익성을 보기 시작했다.                

정부의 모태펀드 축소 계획도 불을 지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으로의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편성한 2023년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원이다. 올해(5200억원)보다 약 40% 급감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중심의 벤처 투자 생태계 전환을 모토로 삼으면서 스타트업 성장의 원천인 모태펀드 예산이 줄었다"며 "벤처 지원 생태계가 탄탄히 형성되려면 정부 자금 지원 기간이 더 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잔치는 끝났다" 스타트업 긴장

투자자금을 등에 업고 활발히 사업을 확장했던 스타트업들은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한때 특수를 누린 △제약·바이오 △유통 △커머스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한계 상황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까지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견인했던 바이오 분야와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유통, 커머스업계의 투자 흐름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약개발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약 35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바이오 전문 VC가 아닌 크로스오버 투자자, 개인의 관심이 저하됐다. 실제로 Pre-IPO, 시리즈C는 물론 모든 단계의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2022년 하반기 기술특례 상장 가이드라인 개정이 예고되면서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평가기준 수립이 재정립됐다. 바이오 분야는 약학 전문가, 임상 전문의가 기술성 평가에 참여하게 됐다. 시장성 관련 평가 기준이 세분화되고, 매출 예상치에 대한 검증도 강화됐다.

바이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에서 매우 높았던 바이오기업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트렌드"라며 "현재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비상장 단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조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는 작년까지 단·중기 매출 실적이 저조하거나 0에 수렴해도 스타트업 시장을 견인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기업 가치가 올라갔던 바이오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버거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쟁이 치열했던 유통·커머스 스타트업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지난 9월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최근 일부 서비스를 재개했다. 국내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은 지난 23일 신한캐피탈로부터 빌린 단기대출 370억원의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마케팅과 기업 인수에 큰돈을 썼던 게 원인"이라며 "패션, 명품 플랫폼도 100억원 이상 적자 상황이라 곧 한계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투자 위축 분위기가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동안 금리 인상이 예정된 데다 향후 1~2년간은 경제 위기가 회복되기 힘들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 때문이다.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이런 시기에 견뎌내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투자 자체가 잘 이뤄지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고 수익성 위주의 자료를 검증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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