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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한 우물…185만 사장 필수 앱 만들다

[스타트업 창업자 열전] (7)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22.11.25 13:02:08
[스타트업 창업자 열전] (7)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스타트업 혹한기’라는 말이 대세다.

그만큼 벤처 투자 시장에 돈이 말랐다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신용데이터(이하 KCD)가 최근 약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1000억원대 유니콘 기업이 됐다. 최근에는 마련된 재원으로 결제 금융 서비스 업체 파이서브의 한국 지사 ‘파이서브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KCD는 ‘자영업 사장님의 친구’ 앱으로 알려진 ‘캐시노트’를 비롯, 아임유·비즈봇 등 다양한 소상공인 전문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KCD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장은 185만곳에 달한다. 2016년 4월 김동호 대표가 창업, 6년여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됐다. 누적 투자 금액은 약 1600억원, 현재 추가 투자 유치도 진행하고 있다. 창업부터 유니콘 등극까지 김동호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찬찬히 들어봤다.

1987년생/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1기/ 연세대 산업공학과/ 2011년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 창업/ 2016년 한국신용데이터 대표(현)

1987년생/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1기/ 연세대 산업공학과/ 2011년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 창업/ 2016년 한국신용데이터 대표(현)



▶창업의 서막은 데이터

김동호 대표는 사회 초년생 시절 금융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덱스펀드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2011년 오픈서베이(창업 당시 이름은 아이디인큐)를 설립, 모바일 유료 설문 서비스를 정착시켰다.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길어 올린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 트렌드를 읽고 싶어 하는 기업에 제공해줄 수 있는, 좋은 플랫폼으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회사가 안착하기 시작한 2016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 그는 경영권을 다른 대표에게 넘기고 휴식기를 가졌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게 P2P 회사다.

“금융권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걸 보고 시장조사를 해봤어요. 특히 해외 P2P 사례를 많이 살펴보게 됐습니다. 사업자(자영업자) 대상 P2P 회사들이 굉장히 잘되는 겁니다. 한국은 그런 시도가 없더라고요. 의아했습니다.”

그길로 이유를 찾아봤다. 한국은 기업 데이터, 특히 소상공인 관련 매출, 영업이익, 신용도 등 데이터를 구할 길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는 소상공인의 신용 정보 비대칭 문제로 이어진다.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개인 신용등급을 알 수 있는 시대지만, 소상공인은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했다고 신용도를 바로 알 수 없다.

김 대표는 모든 게 민간 차원에서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길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앱 하나만 깔면 알기 쉽게 ‘내 사업’ 현황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면서 관련 데이터를 쌓아 소상공인 대상 신용평가 모델도 만들고 금융 서비스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오늘날 회사명 KCD, 앱 서비스 ‘캐시노트’가 나온 배경이다.

1987년생

1987년생



▶소상공인 데이터 왜 주목했나

김 대표가 주목하는 소상공인 데이터를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상공인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우선 알아야 했다. 2016년 당시 여러 동네 구멍가게 사장과 면담을 해봤더니 사업 지원 프로그램을 써봐도 그날그날 매출, 카드 대금 입금 일정, 미지급 대금 등을 한눈에 파악할 만한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다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2017년 캐시노트는 여타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록 후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바로 자기 가게의 매출 규모, 입금 현황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출시 1년여 만에 2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몰려들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질적인 요소는 소상공인에 대한 공감입니다. KCD에서 자체적으로 분류해보니 소상공인은 가게의 크기와 무관하게 판매, 마케팅, 회계, 재무, 노무 등 16갈래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이건 재벌 회장이나 동네 구멍가게 사장이나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도움 받는 수준은 회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KCD의 서비스는 이렇게 힘든 사장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캐시노트의 가장 많은 시작점이 사장이 매일 하는 장부 작성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위기도

물론 위기도 있었다.

캐시노트 서비스를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 수집을 관장하는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캐시노트 서비스 접근이 차단됐다. 캐시노트의 정보 수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었다. 이 차단을 풀지 못하면 바로 서비스를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 김 대표는 소상공인의 동의 아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수집, 가공해 한눈에 보기 좋게 보여주는 서비스라고 적극적으로 정부, 관련 기관을 상대로 설득했다. KCD를 발굴, 투자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도 발 벗고 나섰다.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서비스이지 데이터 탈취, 사적 활용 목적이 아니라고 관계당국을 설득했다. 공익적인 요소를 인정받은 끝에 사업은 계속할 수 있었다.

▶거듭된 투자 유치 왜?

누구나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길을 찾고 정보에 도달하는 시대. KCD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디지털 혁신의 혜택이 소상공인에게는 도달하지 않았다”며 “캐시노트를 중심으로 가게 운영의 기준이자 표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많은 소상공인이 여전히 손으로 장부를 쓰고, 막연한 감에 의존해 현금을 관리합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의 신용점수를 관리하는 사장님은 거의 없고요. 이렇기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소상공인 피해가 더 컸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는 이런 겁니다. 사장님이 사업을 하면서 뭔가 답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일단 캐시노트를 켜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KCD가 다양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겠죠. 지금은 대출 등 자금 문제를 먼저 풀어나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앞으로는 세세한 문제도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외식업 사장을 위한 정보성 서비스 제공, 컨설팅도 이런 계획의 일환입니다.”

▶김 대표에게 창업이란

그는 창업이란 결국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고객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이 문제인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입체적으로 고민하고 풀이하는 일이 창업의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시시각각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하면서 그때그때 적절한 초점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을 이해하려면 다가서야(줌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개인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전체적인, 구조적인 문제를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고객을 이해(줌인)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어떤 구조가 이를 일으키고 있는지를 파악(줌아웃)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폭넓고 깊게 가져가야 합니다. 결국 회사의 성장이란 양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고객의 얼마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느냐, 질적으로는 각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해주느냐와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고객을 만나지 않고 고객에 대해 어림짐작하는 식의 서비스는 대체로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객은 항상 변화하는 존재이므로 한 번 고객에 대해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그 한 번의 통찰에 안주하면 도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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