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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부실채권 큰 장"… 100조 글로벌자금, 亞기업 노린다

강두순 기자
조윤희 기자
입력 : 
2022-12-01 17:35:43
수정 : 
2022-12-01 19: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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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조짐
글로벌 금융시장 복합 악재에
아시아 기업 실적악화 불가피
급전 지원하는 사모신용 시장
아시아서만 100조원대 급성장
KKR·칼라일 관련조직 확대
사진설명
세계적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최근 한국 내 사모신용(크레디트) 전략 투자를 전담할 인력 채용에 나섰다. 칼라일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 기업을 상대로 한 급전 대출과 구조화된 투자 기회가 늘 것으로 보고 관련 조직·인력 정비에 나서고 있다. 칼라일이 전 세계에서 운용하는 자금은 3690억달러(약 485조원)로, 이 중 사모신용 자금만 1410억달러(약 185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PEF를 비롯한 큰손 투자자들이 전 세계에서 운용하는 수백조 원 규모 사모신용 펀드 자금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부실채권 시장으로 집결하고 있다.

주요국 증시 침체,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자본 시장을 통한 정상적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 주요 국가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겨냥한 행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강달러에 따른 주요국 화폐가치 하락 등 금융 시장에 여러 악재가 겹친 지금을 사모신용 펀드 자금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적기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 여파로 내년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부실채권 시장도 10여 년 만에 다시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점도 이들이 사모신용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사모신용 전략은 글로벌 유수 연기금,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구조조정,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위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에 다양한 자금 조달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기업들에 필요한 급전을 직접 대출(direct lending)해주거나, 부실자산(distressed asset) 투자, 구조조정 등 특수 상황(special situation) 투자가 주요 투자 영역이다. 기업경영권을 사고파는 바이아웃 펀드와 대비된다.

이 중 부실자산 투자 전략은 어려운 기업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출자 전환해 회사를 접수하는 방식인데, 기업 상황이 개선되면 큰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흔히 '벌처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절에 활황을 보이다가 2013~2014년 STX를 비롯한 해운사 부실채권 시장이 잠깐 열린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수년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골드만삭스가 (주)진로 부실채권 투자로 1조원 넘는 시세 차익을 챙기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다수 기업이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만큼 기업들에 있어 사모펀드 운용사의 대출, 자산유동화, 인수금융 등 사모신용 솔루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자본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스타트업과 유니콘들은 사모신용 펀드 자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 대출에 비해 조건이 유연하고,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필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대체투자 전문 리서치 기관인 프레퀸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사모신용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자금만 1조2000억달러(약 158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집중 투자된 자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투자를 위해 대기 중인 자금(드라이파우더)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129억달러(약 543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시장만 놓고 봐도 사모신용 펀드 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프레퀸에 따르면 2018년 말 400억달러(약 52조원) 수준이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용 사모신용 펀드 운용 규모는 지난해 780억달러(약 102조원)로 2배 급증했다.

실제 글로벌 큰손들은 한국 등 아시아 사모신용 시장을 겨냥해 별도 펀드를 조성하는 등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KR는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아시아 지역 사모신용 투자 부문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함께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KR는 올해 5월에도 11억달러(1조4400억원) 규모 아시아 크레디트 오퍼튜니티 펀드를 결성했다.

5150억달러(약 678조원)가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아폴로도 12억5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 아·태 지역 전용 펀드 조성을 마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EMP벨스타와 손잡고 한국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사모신용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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