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진출·인력 영입 시도해보는게 중요…동남아시아·미국·유럽 등 진출 지역 우선순위 정해야

한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 유수 벤처캐피털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투자 시장에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경기 침체와 고금리 속 벤처캐피털도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보수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민간·정책 출자 기관도 쉽게 현금을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벤처투자 시장에 '돈맥경화'가 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특별시와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투자청이 주관하는 '서울투자자 포럼'이 21일부터 개최됐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올해 2월 서울에 위치한 스타트업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서 '서울투자청'을 설립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발표한 '서울비전 2030'을 실행에 옮기는 차원이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의 벤처캐피털인 이그나이트 엑스엘벤처스(ignite XL Ventures) 클래어 장(Claire Chang) 대표와 프랑스 투자회사 유라제오(EURAZEO)의 앙투안 진스(Antoine Zins) 투자이사, 싱가포르계 벤처캐피털인 비커스 벤처파트너스(Vickers Venture Partners)의 제프리 치(Dr. Jeffrey Chi) 전무이사, 중국 포선그룹의 투자 회사인 포선캐피탈(Fosun Capital) 알란 첸(Alan Chen) 공동회장이 참석해 한국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시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 주제는 '돈맥경화 시기 효과적인 투자전략 및 스타트업 성장 방향성'으로 정해졌다.


토론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현재 벤처투자 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과 이 불경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기 어렵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중국 포선캐피탈 관계자는 "생각보다 상하이 폐쇄가 길게 진행됐고 중국 정부가 진행하는 동시 봉쇄도 길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영향이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장 전체로 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유라제오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고 이런 추세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럽이 미국만큼 극단적인 변동 상황을 겪진 않을 것이라 보지만 투자 기업을 줄이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는 낙관적인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번 경제 불황이 닥치기 전, 세계적으로 전에 없던 풍부한 유동성을 겪은 덕이다. 투자 기관과 스타트업 모두 덕분에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자금(현금)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아직 집행하지 않은 펀드 자금이 많은 벤처캐피털은 계속해서 투자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이그나이트 엑스엘벤처스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긴 부담스럽지만 펀드 자금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초기투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라제오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몇 가지 있다"며 "불황 후 항상 새로운 거품(버블)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향후 10년 동안 투자할 수 있는 산업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시장이 힘든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유망 기업과 시장을 발굴해야 하는 토론 관계자(벤처투자자)들은 모두 한국 스타트업이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인 것에 대해 공감했다.


유라제오 관계자는 "한국의 투자 생태계는 유럽과 많은 유사함을 보인다"며 "한국의 스타트업은 큰 외수 시장을 보유한 동시에 지금까지는 내수 시장에 많이 공략한 만큼 외국 시장에 진출하려 하는 수요가 높고, 외국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비커스 벤처파트너스 관계자 역시 "한국은 연구개발(R&D)에 굉장히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강한 경쟁력을 가진다"며 "R&D 분야 예산 집행이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딥테크 분야에서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만들어냈고, 이들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위해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포선캐피탈 관계자 역시 "컴퓨터, 게임, 화장품, 디지털전환 등 분야에서 한국은 동남아시아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또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한국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대규모 외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스타트업을 위해 첨언을 하자만 일본, 중국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인구가 적은만큼 목표하는 시장을 외부로 넓혀야 한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를 우선 공략하면서 어려운 현 상황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비커스 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중국간의 상황에 따라 세계화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진출할 때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에 한번에 진출하는게 어려운 만큼 내수 시장의 경쟁력를 생각해보고 해외 어떤 지역에 나갈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서울투자청이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추진한 행사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전 세계 21개 투자회사 관련자들이 참여했고 서울에 위치한 기업 28개도 참여해 투자유치를 위한 설명회 시간을 가진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행사에 참여해 "서울시부터 기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며 "2026년까지 5조원 규모의 '서울비전2030 펀드' 조성해 인공지능·바이오·핀테크·문화콘텐츠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