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네임 없이 확신 어렵다"…SK온 프리 IPO, 막판까지 투자자 눈치싸움 여전
입력 2022.11.21 07:00|수정 2022.11.21 10:06
    국내 투자 한투그룹 지원에도 아직은 확신 어려운 분위기
    IPO 시점 기업가치 불확실…SK온이 시장 "오판했다" 평도
    LP 눈치싸움·MBK도 줄다리기…한투그룹 먼저 집행 가능성
    MBK 협상 결과 주목…분위기 상 더 급한 쪽은 'SK그룹'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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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의 2조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둘러싼 눈치싸움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지원에 나서며 국내 투자분은 곧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일부 출자자(LP) 진영에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거나 회의적 반응도 있다. 아직 MBK파트너스나 글로벌 PEF 등 대형 투자자가 없다 보니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빅네임'들의 참여 여부에 프리 IPO의 최종 성적표가 갈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이스트브릿지)·스텔라인베스트먼트(스텔라) 국내 PEF 컨소시엄은 연내 투자금 1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투자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마르면서 자금 조달 우려가 있었지만 한투그룹이 지원에 나서며 숨통이 트였다. 시장에선 한투그룹이 최대 5000억원 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PE는 기업구조혁신펀드 내 미소진자금 전부와 이번에 새로 결성한 블라인드 펀드 자금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그룹이 리테일(개인고객) 풀까지 동원해 사실상 핵심출자자(앵커 LP) 역을 맡은 것인데,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할 국내 LP 사이에선 결이 다른 반응도 나온다. 한투그룹의 참여로 1조원 투자가 속도를 낸 것은 맞지만 가시권에 확실히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투그룹이 SK온 프리 IPO에 나선 배경으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김남구 한투그룹 회장 사이 친분이 거론된다. 실제로 김 회장이 SK온의 해외 공장을 돌아보고 온 것으로 확인된다. 이 덕에 거래에 힘이 실린 것은 사실이지만 오너 간 대승적 합의 결과에 가깝다. 이는 다른 LP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하지만, 투자 판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니다. 리테일 라인이 얼마나 힘이 될지도 미지수다.

      출자를 검토 중인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투자계약 조건까지 받긴 했지만 아직 최종 보고가 올라가지 않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출자 검토 중인 은행권에선 한투그룹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은데 벌써 대부분의 LP가 출자확약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온의 IPO 성과에 확신을 갖고 투자에 나설 주체가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망 사업이고 실적도 점차 본궤도에 오르겠지만 막대한 증설 부담은 투자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유의미한 배당체력을 갖추긴 어렵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에서는 현재 22조원인 SK온 기업가치가 회수기엔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등 경쟁사 가치가 수년 뒤에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전망이 틀어지면 회수 성과도 불투명해진다.

      SK그룹의 국내 LP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와 접촉이 늘면서 연기금 등 굵직한 LP들의 네트워크나 사업 이해도가 전과 같지 않다"며 "처음부터 연기금 자금으로 블라인드펀드를 굴리는 운용사(GP)를 끌어들였다면 지금처럼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국내 컨소시엄보다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PEF 등 이름값있는 투자자들의 참여 여부에 모이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측에서 투자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몇 달째 별다른 진척이 없다.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주간계약 및 수익보장 조건을 둔 이견이 큰 분위기다.

      MBK파트너스는 2호 스페셜시추에이션(SS)펀드를 활용해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SS 펀드의 특성과 국내 LP도 다수 참여해있는 상황 때문에 강한 안전보장 장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국내 컨소시엄에 제시한 보장수익률은 5.5%에서 7.5%로 높아졌지만, MBK파트너스는 이 정도 수익률은 큰 매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출자를 검토 중인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금 제시된 수익률은 대출로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고, SK온이 IPO할 때 가치가 얼마가 될지도 불확실성이 커 고민이 많다"며 "믿고 따라갈 투자자가 필요한 시점인데 MBK파트너스 참여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내년 초까지 상황을 살핀 후 투자 확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과 MBK파트너스의 협상은 국내 컨소시엄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합의가 이뤄진다면 프리 IPO가 급물살을 타고, 글로벌 PEF의 참여도 자극할 수 있겠지만 컨소시엄보다 더 후한 조건을 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MBK파트너스 참여 여부를 국내 LP들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면 상대적으로 더 급할 곳은 SK그룹 쪽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투그룹 쪽 투자금만 먼저 집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프리 IPO가 지지부진하자 SK이노베이션에서 MBK파트너스를 초빙해왔는데, MBK파트너스가 사업이 잘 안됐을 때 경영권에 더 관여할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해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 국내 LP들이 MBK파트너스도 참여한다고 보고 투자심의를 진행 중인데 그렇게 되지 않으면 SK온이 바라는 투자 규모를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에 프리 IPO를 성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MBK파트너스는 물론 잠재 투자자 측과 전방위로 적극 협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