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경영권이 유진그룹과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에 넘어갈 전망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돈맥경화’로 촉발된 한계 플랫폼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한때 유니콘 기업으로 거론됐지만 지금은 법정관리 위기에 처한 메쉬코리아의 경영권 거래가 최종 성사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스타트업 및 투자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꾸려 메쉬코리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유진그룹, '부릉' 메쉬코리아 인수 추진
매각 작업은 채권자인 OK캐피탈이 주도하고 있다. OK캐피탈은 지난 2월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등 경영진 보유 지분 21%를 담보로 360억원의 대출을 제공했다. 메쉬코리아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지난달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하다 유진 컨소시엄이 관심을 보이자 지난 15일 대출 만기를 한 차례 더 연장한 상태다. OK캐피탈은 이날 주주단 회의를 소집해 매각 계획을 설명했다.

유진그룹 내 인수 주체는 물류 기업 유진로지스틱스의 자회사인 유진소닉이다. 유진소닉은 전국에 걸쳐 보유한 약 1500대의 직영 차량으로 라스트마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택배가 소화하기 어려운 냉동·냉장·가구 설치 등 특수 배송을 주로 취급한다. 홈플러스, SSG닷컴, GS리테일, 오아시스 등을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35%씩 매출이 늘어 지난해 8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61억원으로 흑자도 내고 있다.

스톤브릿지는 유진소닉의 성장성에 주목해 이 회사가 발행하는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투자 계약을 지난 9월 체결했다. 내친김에 메쉬코리아까지 함께 인수해 판을 키우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릉은 프랜차이즈 등 상점주들의 배달을 실시간 대행해주는 라스트마일 서비스다. 유진소닉과의 시너지 효과가 작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가 끝까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관건은 몸값이다.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마지막 투자를 받을 당시 메쉬코리아 가치는 약 5000억원이었지만 현재는 1000억~2000억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주요 주주들의 투자 당시 가치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신주 투자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보유 지분 가치는 더 낮아지게 된다. 주요 주주는 네이버(18.48%) GS리테일(18.46%) 현대자동차(8.88%) 솔본인베스트먼트(7.51%) 등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사실상의 법정관리인 ‘P플랜’은 피할 수 있다. 유정범 대표는 지난 14일 주주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상환이 필요한 대출 원리금은 약 500억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OK캐피탈도 대출금 회수가 어렵고 주주들의 지분은 전액 소각되기 때문에 이 단계는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성사되면 다행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만약 매각에 실패하면 주주들이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