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문기업 간 사업영역 중복 해결 차원에서 현물출자 단행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1조원 이상의 투자 자산을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이관한다. 카카오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번 계약에 대해 "보유자산 관리 효율화"라고 짧게 설명했지만 지분 이관 규모나 이관 대상이 되는 기업을 봤을 때 더 큰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현물출자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드러나지 않은 카카오의 숨은 의도를 살펴본다.


카카오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보유 자산을 대거 현물 출자하면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몸집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집중해온 스타트업 투자와는 다른 사업 방향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그룹 내 스타트업 투자를 하는 계열사인 카카오벤처스와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는 교통정리 차원에서 현물 출자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룹 내 스타트업 투자 두 축,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벤처스


카카오는 그룹 내 스타트업 투자를 하는 자회사를 여럿 두고 있다. 우선 2012년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이 개인자금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벤처캐피털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가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설립 후 한 달 후인 2012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에 창업투자회사 등록을 완료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출신 심사역인 임지훈 대표가 초대 대표를 맡으며 김범수 센터장과 함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했다. 현재 왓챠로 잘 알려진 프로그램스를 비롯해 빙글, 두나무 등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는 2015년 김범수 센터장이 보유한 카카오벤처스 지분 전체를 55억5100만원에 인수하며 그룹 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금을 185억1100만원으로 늘렸다.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투자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2015년 1월 경영컨설팅 등의 사업목적을 가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옛 케이벤처그룹)'를 세웠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설립 후부터 지금까지 카카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설립 후 바로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던 티앤케이팩토리 지분을 전량 현물출자 받기도 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설립 후 최근까지 활발히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해 왔다. 카카오벤처스와 달리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자체 자금을 활용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가장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스테이지파이브, 팀프레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오아시스, 엔닷라이트, 패스트파이브, 쓰리빌리언, 메틀로랩 등에 투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업 모두 다른 국내 벤처캐피털에서도 투자를 받으며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다른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면서 간접적인 스타트업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에이티유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에이티유이스포츠그로쓰1호사모투자 합자회사'를 비롯해 해시드벤처스가 운용하는 '해시드 벤처투자조합1호', 서울대기술지주가 운용하는 '서울대 STH 핀테크혁신 벤처투자조합'의 LP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의 경우 일반적인 벤처캐피털과 유사하게 펀드를 결성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정책 출자기관인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운용사),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출자사업에도 종종 도전하는 편이다. 이외에도 은행, 캐피탈사가 출자자(LP)로 참여한 펀드를 결성해 운용하고 있다. 모회사인 카카오도 카카오벤처스 펀드의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벤처투자 역량 분산·혼란야기 지적도


카카오는 계열사중 스타트업 투자를 하는 곳이 두 군데로 나눠져 있다 보니 그룹 내 벤처투자 역량이 분산됐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두 회사가 '카카오'라는 브랜드명을 함께 달고는 있지만 기업 운영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투자 업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스타트업에 대해 한 곳은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다른 곳은 같은 기업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이쪽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두 회사가 아예 따로 움직인다는 걸 알지만 사업을 한지 얼마 안됐거나 카카오 그룹 생태계를 잘 모르는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 사명을 공유하는 투자기업의 상반된 반응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카카오가 많은 계열사를 활용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방식이 투자 부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의 사업 영역이 중복됐다는 지적에 대해 카카오는 두 회사는 애초부터 투자 역할이 구분돼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초기(시드, seed)투자~시리즈A 단의 완전 초기 투자를 주로 하고 있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에 시리즈B 이상~상장 전 대규모 투자(프리 IPO)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는 초기전문 벤처캐피털로 막 창업한 기업의 솔직함과 실행력 등을 제일 중요시하면서 극초기 투자에 나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창업 이후 초중기 단계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하는 방향을 살펴보면 기본 방향성에 해당하는 투자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도 시드투자 성격에 더 맞는 투자를 하기도 하고 카카오벤처스도 시리즈B 이상의 후행 투자를 단행하기도 한다. 


카카오벤처스는 올해 1분기 기존 투자기업인 에이슬립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하며 후속투자를 단행했다. 세나클소프트의 126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에도 뮤렉스파트너스, 두나무앤파트너스 등과 함께 참여했다. 헤이비트 운영사 업라이즈가 추진한 24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에 카카오벤처스도 참여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역시 초기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로봇 자동화 플랫폼 마로솔을 개발하는 빅웨이브로보틱스가 지난해 말 첫 외부 투자를 유치할 당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K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해 중순 클레온이 유치한 프리 시리즈A 단계 투자에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인공지능 음성합성 솔루션 기업 휴멜로가 진행하는 프리 시리즈A 단계 투자에도 KT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두 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투자 방향이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제 투자 영역이 중복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룹 내 계열사끼리 경쟁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문어발식 사업확장, 쪼개기 상장이 문제가 되면서 벤처투자를 담당한 그룹 역량이 두 곳으로 나눠져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카카오의 현물출자가 자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해석 가능한 셈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가 보유한 투자 자산을 이관 받은 후 카카오와 전략적 협업이 가능한 기업 발굴, 투자처 사후 관리에 더 집중 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가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 자산과 연계해 보유 자산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