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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사명 변경…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

[CEO LOUNGE]
세상 변해도…오직 `전문성` `고객 신뢰`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22.09.30 16:50:14
  • 최종수정 : 2022.10.05 22:28:52
신한금융투자가 13년 만에 사명을 ‘신한투자증권’으로 바꾸고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낸다. 신한투자증권의 최근 상황에 비춰 사명 변경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서 기존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과제다. 금융사에 브랜드는 핵심 무형자산이다. 기존 고객에게 각인된 익숙한 브랜드를 버릴 경우 브랜드 평판을 바닥부터 새롭게 쌓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창 대표이사(사장·61) 주도로 사명을 바꾸기로 한 것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신뢰를 더욱 단단히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1961년생/ 연세대 사회학과/ 1988년 대우증권 입사/ 2009년 대우증권 경영지원본부장(상무)/ 2011년 KDB대우증권 홀세일사업부장(전무)/ 2012년 KDB대우증권 WM사업부문 대표(부사장)/ 2017년 법무법인대륙아주 고문/ 2020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

1961년생/ 연세대 사회학과/ 1988년 대우증권 입사/ 2009년 대우증권 경영지원본부장(상무)/ 2011년 KDB대우증권 홀세일사업부장(전무)/ 2012년 KDB대우증권 WM사업부문 대표(부사장)/ 2017년 법무법인대륙아주 고문/ 2020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



▶프로가 프로답게 `신한투자증권`

▷증권업 직관성과 전문성 확보

신한투자증권은 지금까지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숱한 사명 변경을 거쳤다. 모태가 된 회사는 1973년 효성증권으로 1983년 쌍용그룹에 인수된 뒤 쌍용투자증권으로 바뀌었다. 이후 IMF 외환위기 때 쌍용투자증권이 매각되면서 굿모닝증권(1999년)으로 바뀌었다. 지금처럼 신한금융그룹의 일원이 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기존 신한증권과 합병을 거쳐 굿모닝신한증권이 됐다. ‘신한금융투자’라는 사명은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과 발맞춰 도입됐다. 이때도 ‘신한투자증권’으로 개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증권에 국한하지 말고 업을 폭넓게 정의하자는 취지로 ‘금융투자’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신한투자증권으로의 사명 변경은 국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사명에서 ‘금융투자’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의미도 된다.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업금융, 자산관리(WM), 증권거래, 직접투자 등 다양한 금융투자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업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회의론이 내부에서는 줄곧 제기됐다.

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금융투자가 하나증권으로 먼저 바꿨고 신한금융투자도 신한투자증권으로 바꾸면서 사실상 사명에 ‘금융투자’를 포함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사라졌다. DB금융투자가 있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고 DB그룹 또한 법적으로는 지주 체제가 아니다.

사명 변경과 체질 개선 프로세스는 이영창 대표가 총괄한다. 이 대표는 2020년 3월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한 역할을 맡고 취임했다. 그는 옛 대우증권 출신으로 주식중개(브로커리지), 운용, IB(투자은행), 기획과 자산관리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이후 여의도를 떠났어도 자본시장 업무를 두루 섭렵한 그가 여의도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 취임 당시 신한투자증권이 처한 상황은 그가 2010년 대우증권 리테일사업부장(전무) 시절 리테일 사업 혁신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던 때의 모습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당시 대우증권은 브로커리지 기반 영업 역량을 자산관리로 확대하기 위해 리테일 혁신이 절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금융 사고라는 외생변수로 혁신의 필요성이 촉발됐지만 리테일 혁신의 절박함이라는 맥락은 다르지 않다.

이 대표가 끄집어낸 두 가지 화두는 ‘전문성 강화’와 ‘고객 신뢰 회복’이다. 이는 그가 대우증권 시절 리테일 사업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사적으로 밀어붙였던 해법과 같다.

당시 이 대표는 영업 성과를 바라보는 관점을 회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때 대우증권은 막강한 브로커리지 경쟁력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구가했지만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고질적인 문제점에 노출돼 있었다. 그는 고객을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리테일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는 자산관리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밑거름이 됐다.

결국 이 대표가 신한투자증권에서 목표로 삼은 전략적 방향도 질이 다른 전문성을 기반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닦는 것이다. 실제 이 대표는 취임 후 2년 반 동안 고객 신뢰 회복과 직원 전문성 강화라는 원칙 아래 환골탈태를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을 착착 진행해왔다.

이 대표는 직원의 전문성 강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차별적인 수익률이 절박한데 이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가 아니고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이 대표 판단이다. 전문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리서치센터에서 5개월간 의무교육을 받는다. 투자 기업 탐방, 투자 리포트 작성 등을 통해 투자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역량을 체화하는 데 주력한다. 영업 최전선에 선 프라이빗뱅커(PB)의 전문성 강화도 핵심 과제다. 업무 중 전문성 강화를 위해 카이스트 자산관리 과정, 해외 주식 스페셜리스트 과정, IB 법인 전문가 과정 등을 거칠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한국씨티은행에서 3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을 관리해왔던 마스터 PB 2명 등 총 30명의 스타급 자산관리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고객 불만 사항을 모아 놓은 사내 게시판을 개설하고 고객 자문단을 모집한 것도 눈에 띄는 시도다. 신한투자증권은 펀드 불완전 판매 등을 막기 위해 운영위험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를 기반으로 프런트(앞선)·미들(중간선)·백(뒷선)으로 구성된 ‘3선 위험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미래 전략 수립과 효과적인 실행을 위한 조직구조 혁신에도 속도를 낸다. 눈에 띄는 대목은 멀티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ICT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메타’다. 이 프로젝트에 향후 3년간 매년 당기순이익의 10%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증권가에서는 이례적인 시도다. 금융과 IT 간 업종의 경계가 옅어지거나 무너지는 ‘빅블러’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IT 역량의 내재화에는 별다른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가 단기적인 관점의 손익관리에 열중해 IT 역량 고도화는 아랑곳 않다 보니 크고 작은 거래 사고 등이 잇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신한투자증권의 ‘프로젝트 메타’는 현재 제공 중인 모든 증권 관련 서비스를 쪼개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멀티클라우드는 단일 업체가 아닌 여러 업체의 퍼블릭 클라우드로 구성하는 클라우드 환경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핀테크, 스타트업, 1인 기업 등 신한투자증권의 증권 서비스를 본인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회사라면 번거로운 절차 없이 클라우드에 공개된 신한투자증권의 자산관리 솔루션을 자유롭게 이용하면 된다. 대부분 플랫폼이 초기 양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높은 개방성을 취하는 전략을 펴왔는데, 신한투자증권 역시 초기 오픈 플랫폼의 성장 전략을 좇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전 세계 금융 시장 서비스 플랫폼이 쏟아내는 정보를 간편하게 제공하고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새 ICT 시스템 도입에 맞춰 전 임직원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변화에 민첩한 조직문화가 뿌리를 내리도록 주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배준희 기자, 일러스트 : 김연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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