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6일 15:28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산업용 가스 제조사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에어퍼스트 지분 30% 안팎만 1조원대에 팔아 투자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이블씨앤씨 한샘 등 부진한 펀드 포트폴리오 성과를 만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IMM PE,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퍼스트 지분 30% 판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최근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자문사 선정 중이다. IMM PE가 에어퍼스트를 인수할 당시 자문을 담당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에어퍼스트는 산업용 가스를 제조해 기업의 생산 공장에 공급하는 회사로 린데코리아가 전신이다. 핵심 공급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다. 2018년 글로벌 기업인 린데가 프렉스에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듬해 초 IMM PE가 린데코리아 지분 100%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해 에어퍼스트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에어퍼스트의 외형은 크게 성장했다.

IMM PE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8년 말 2689억원이었던 에어퍼스트의 매출은 2021년 4006억원으로 뛰었다. 회사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 역시 같은 기간 936억원에서 1324억원으로 늘었다. 회사는 올해 매출이 6000억원, 에비타는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3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디아이지에어가스 등 동종업계 경쟁업체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퍼스트 실적이 단기간에 성장한 것은 IMM PE의 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MM PE는 에어퍼스트를 인수한 후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맡을 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영업력 보강을 위한 신규 영업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구조를 개편했다.

아울러 약 6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에어퍼스트 추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핵심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생산시설 확대에 대비해 평택 캠퍼스 주변 부지를 선점했고, 결실을 속속 맺었다. 에어퍼스트는 최근 가동된 가동된 평택 3공장(P3) 산업용 가스 공급 물량의 절반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현재 평택 4공장(P4) 기초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향후 5공장(P5)과 6공장(P6)도 추가로 건립할 예정이어서 에어퍼스트의 수주 실적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어퍼스트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새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에 주목하고 있다. 텍사스 공장을 발판삼아 미국 진출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에어퍼스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면 2025년 연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이 가파른 성장이 진행 중이어서 곳곳에서 인수 제안이 있었어도 IMM PE는 매각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IMM PE가 지분을 내놓기로 한 건 투자금 회수에 대한 기관투자가들(LP)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2조6000억원을 목표로 5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 중이지만 회수 실적이 좋지 않은 탓에 LP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포트폴리오 주요 기업들의 부진과 잇단 매각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IMM PE는 결성한지 10년이 지난 2호 블라인드펀드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 포트폴리오인 교보생명은 대주주와 소송을 겪고 있고, 현대LNG해운은 작년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을 중단하기도 했다. 3호 펀드에서 투자한 상장기업 에이블씨앤씨(미샤)와 한샘 등은 주가 급락으로 시장 우려가 큰 상황이다.

3호 펀드에서 편입한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 매각에 성공하면 시장의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게 IMM PE 판단이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에어퍼스트의 기업가치는 4조원 수준이다. IMM PE가 인수할 당시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분 30%만 해도 예상 거래가가 조단위에 달하는 만큼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산업용 가스로 신사업 진출을 노리는 국내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입찰 당시 IMM PE와 경합을 벌였던 맥쿼리PE, 올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산업가스 설비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KKR 등이 잠재 원매자로 거론된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