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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PEF 손잡고 경영권 강화한 상장사 나왔다

강우석 기자
입력 : 
2022-09-23 11:16:13
수정 : 
2022-09-23 11: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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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 오아시스PE 자금 유치해
기존 투자자 지분 콜옵션 행사
오정강 대표 지분율 16->26%로 `껑충`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경영권을 강화한 상장사가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입성한 2차 전지 전해액 업체 '엔켐'이 그 주인공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엔켐은 기존 재무적투자자들의 보유 지분 145만주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콜옵션 행사가 마무리되면 오정강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26%로 종전 대비 약 10% 늘어나게 된다. 창업주이자 대표이사로 활약 중인 오 대표가 최대 주주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엔켐은 2차 전지의 안전성과 성능에 필수적인 전해액을 만든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1조1500억원에 달한다. 상장 당시부터 엔켐의 최대 주주는 벤처캐피털이 만든 투자 조합이었다. 엔켐은 창업 이후 전해액 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외부 투자자를 유치했고, 그 과정에서 창업주 오 대표의 지분율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 여타 코스닥 상장사에 비해 오 대표 지분율이 낮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오정강 대표는 경영권을 강화하고자 회사를 상장하며 보유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를 3년으로 설정했다.

시장 관계자는 "상장 당시부터 오 대표가 지분율을 높이고 싶어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며 "사모펀드와 거래 구조를 논의하며 경영권을 강화하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오아시스PE)는 약 3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 오정강 대표가 만든 법인에 회사채 형태로 투자한다. 해당 법인은 콜옵션을 행사해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 중 145만주를 인수한다. 투자규모는 300억원대지만, 오 대표 측이 사들이는 지분 가치는 1000억원 대에 달한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할 당시 약정한 콜옵션 행사 가격이 현재 주가 대비 크게 낮기 때문이다.

오아시스PE는 엔켐이 글로벌 상위 5곳의 전해액 회사 중 유일한 국내 업체인 만큼 추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엔켐은 미국 조지아 공장 확장에 나섰을 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에서도 적극적인 증설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까지 생산규모를 약 60만톤, 매출액은 3조원 이상까지 늘릴 청사진을 갖고 있다. 현재 엔켐의 연간 생산 규모는 8만5000톤 정도다.

IB 업계에선 이번 거래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상장사가 PEF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으며 경영성 안정성을 보강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환경·책임·투명경영(ESG) 콘셉트 중에서 거버넌스(G)와 관련된 투자 사례는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PEF가 거버넌스를 테마로 투자하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아시스PE(대표 민경민·정수형)는 지난 2021년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다.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6월엔 국내 선도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 회사에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를 마무리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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