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와는 상반된 흐름도 보인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이 러시를 이룬다. 올해 들어 CVC를 설립했거나 설립하겠다고 한 기업이 15곳에 이른다. 벤처기업 몸값이 낮아졌을 때 알짜에 투자해서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역발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CVC가 투자 가뭄을 해소하는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CVC는 차입 규모와 외부 자금 제한 등 숱한 규제를 받고 있어 벤처업계에 얼마나 많은 투자액이 유입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에는 역발상 투자의 귀재가 등장한다. '백규'라는 인물이다. 그는 모두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쓰레기 버리듯 처분했고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 상품은 보석처럼 사들였다. 흉작으로 곡식이 부족할 때는 창고에 쌓아둔 곡식을 내다팔고 풍년이 들어 곡식이 남아도는 시기에는 돈을 풀어 싼값에 곡식을 매입했다. 이런 투자 방식은 자연스럽게 수급을 조절하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벤처 투자 가뭄기에 설립되는 CVC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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