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9일 16:38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신벤(Cinven)이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약 5억5000만 유로(약 7500억원) 규모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 대표적인 ‘큰손’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한국교직원공제회, 새마을금고 등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이 펀드는 25%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총 120억유로(약 16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신벤펀드 8호에 약 75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과 KIC가 2억유로(약 2780억원)와 1억5000만유로(약 2080억원)를 각각 출자한다. 이 밖에도 삼성자산운용, 한국교직원공제회, 새마을금고, 우리은행 등이 총 2억유로(약 2780억원)를 투입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직접투자 또는 크라운락자산운용이 결성하는 펀드를 통한 재간접 형태로 투자할 방침이다.

신벤이 조성하는 이번 펀드는 지난 3월 출시해 현재 100억 유로 이상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7년 설립된 신벤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유럽의 중대형 우량기업을 인수 한 뒤 볼트온(동종 업체 추가 인수) 등의 전략으로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전형적인 바이아웃 운용사다.

기업공개(IPO) 혹은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왔다. 바이아웃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총 운용자산 규모가 유럽 내 3위(Private Equity International 집계)였다. 최근 독일 티센크루프 그룹의 엘리베이터의 부문 인수 및 독일 제약·화학 대기업인 바이엘 그룹의 해충구제사업 부문 인수 등에 성공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번 투자 기회에 대거 참여키로 한 것은 앞서 신벤이 출시한 시리즈 펀드들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투자 시점이 내년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운용 전략으로 신벤이 2012년 이후 내놓은 신벤 펀드 5, 6호와 7호는 순연환산내부수익률(Net IRR)이 23%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은 앞서 신벤 펀드에 이미 출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출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기관투자가는 “유럽시장은 타 지역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낮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탄탄한 데다 환율로 인한 수출 증대 및 기업 영업이익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B업계에서는 최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펀드레이징이 주춤한 상황에서 신벤이 대규모 자금 모집에 성공한 것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