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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벤처 자금줄 넘어…창업자 속풀이앱 출시

우수민 기자
입력 : 
2022-08-16 0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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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첫 커뮤니티 앱 만든
더벤처스 김철우 대표


비슷한 시기 창업한 CEO들
고민도 비슷할 수밖에 없어
질문은 익명 대답은 실명으로
더 허심탄회하게 의견 교환

구직자 자동 매칭도 개발중
이력서 하나만 올려두면
해당 직무 뽑는 곳과 연결
투자유치 중개까지 나설 것
사진설명
"스타트업 투자업을 더 확장성 있는 모델로 혁신하는 스타트업, 저는 더벤처스를 이렇게 소개하려 합니다."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는 최근 창업자 간 정보 교환을 위한 커뮤니티 앱을 출시한 이후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더벤처스는 2014년 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로 출발한 이래 지금까지 약 120곳이 넘는 창업팀에 투자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2014년 중고거래 대행 서비스 '셀잇'을 창업한 뒤 회사를 카카오 자회사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며 엑시트(투자 회수)한 이력이 있다. 설립 초기 더벤처스로부터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받았다. 김 대표는 창업가 출신으로서 자신이 투자를 받았던 VC의 대표직을 맡게 된 매우 이례적인 사례인 셈이다.

더벤처스는 지난 5월 국내 벤처캐피털(VC) 가운데 처음으로 창업자 커뮤니티 앱을 개설했다. 기존에 창업자들 간 소통을 중개해오던 익명 채팅방의 한계를 극복해 보다 의미 있는 소통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우선 더벤처스 포트폴리오사 창업자를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배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익명으로 창업자들이 궁금한 내용을 편하게 질문하고 답변은 실명으로 남길 수 있는 구조다. 김 대표는 "대략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의견을 남기는지 알고 있는 만큼 솔직한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며 "사소하게는 일을 안 하는 팀원을 동기부여하는 방법이나 팀원들의 직급별 연봉부터 사무실 구하는 법, 후속투자자에 대한 후기까지 외부에 터놓기 어려운 다양한 고민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벤처스는 비슷한 시기 창업해 비슷한 고민을 가진 창업자들끼리 모인다면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한 창업가가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을 뛰어넘는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셀잇을 창업했을 당시 뤼이드, 파킹스퀘어를 비롯해 비슷한 시기 설립된 회사들이 선릉 오피스에 모여 있었다"며 "채용부터 마케팅, 투자유치까지 서로 고민이 비슷하다 보니 정보를 꾸준히 공유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4년엔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으며 그와 같은 화학작용이 일어났다면 2022년엔 더 효율적인 형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자 커뮤니티 앱은 창업자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능을 차근차근 추가해갈 예정이다. 첫째는 채용이다. 포트폴리오사가 채용 공고를 커뮤니티에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구직자들은 기업 한 곳에 이력서만 제출해도 해당 포지션을 모집하고 있는 모든 기업에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더벤처스가 투자하지 않은 회사도 공고를 올릴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기능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 공동창업자를 찾는 형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역은 투자 유치다. 창업자 커뮤니티 앱은 사용자별로 권한을 세부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더벤처스는 포트폴리오사의 후속 투자에 참여하고자 하는 심사역들을 커뮤니티로 불러들여 회사의 정보를 주고받고 미팅을 조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펀드 출자사(LP)들에도 출자한 펀드가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지, 후속투자는 잘 유지하고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하고 후속 투자도 진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직까지도 반복적인 유선·대면 미팅을 중심으로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 프로세스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층 체계화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지금은 초기 투자사들이 투자를 많이 하려면 물리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 최대한 많은 팀을 만나야 하는 구조"라며 "노동집약적인 시스템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랜 기간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더벤처스가 추구하는 창업자 커뮤니티 모델은 실리콘밸리 기반의 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와 유사하다. 와이컴비네이터 포트폴리오사들 역시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콘텐츠를 축적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커뮤니티의 질은 포트폴리오사 풀과 직결돼 있다"며 "더벤처스 창업자 커뮤니티가 와이컴비네이터처럼 성장하기 위해선 창업자들 사이 시너지가 확대돼야 함은 물론, 더벤처스 역시 기존보다 훨씬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이컴비네이터의 포트폴리오사는 약 3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더벤처스는 350억원 규모의 '더벤처스 창업자 커뮤니티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극초기 스타트업 팀에 보다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이들 팀을 중심으로 인력, 투자, 정보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 비전이다. 김 대표는 "숫자로 보이는 성과가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은 짧은 시간 안에 정확히 옥석을 가려내기가 어려운 만큼 일단 최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지난 2년간 30~40개 회사에 투자를 단행했는데 펀드가 결성되면 그보다 2배 이상 투자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들 초기 스타트업이 이른바 '투자 혹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선 '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단순히 자본을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사업을 영위하기보다는 경영의 기본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며 "(과거 셀잇을 운영할 당시를) 돌이켜보면 도박을 하듯 확률에 맡겨 마케팅 예산을 지출했던 부분에 대해 후회가 남는데, 좀 더 계산적으로 투자를 집행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사업이 조금만 성과가 나도 3개월 만에 엄청 큰 투자도 받고 상장도 가능했다면 이제 그 시간이 조금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본질적으로 사업이 잘된다면 모든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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