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규제혁신 통해 금융산업 새 판 짜겠다”…이명박 정부식? 문재인 정부식?

유희곤 기자
금융위 “금융규제혁신 통해 금융산업 새 판 짜겠다”…이명박 정부식? 문재인 정부식?

윤석열 정부 금융위원회가 첫 슬로건으로 ‘금융규제혁신’과 ‘금융산업의 새 판’을 내세웠다. 금융위가 ‘규제혁신’을 내세운 건 이명박 정부 5년과 문재인 정부 중·후반 때다. 이명박 정부 규제혁신은 금산분리, 국책은행 민영화를 통한 메가뱅크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혁신은 인터넷은행 육성 등 핀테크 규제완화에 맞춰졌다. ‘김주현호’는 어느쪽에 규제완화의 무게중심을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4일 ‘금융분야 인공지능(AI) 활용 활성화 및 신뢰확보 방안’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 오른쪽 위에 ‘금융규제혁신을 통해 금융산업의 새 판을 깔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금융위는 김주현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 7월11일부터 한 달간 윤 대통령의 취임사 슬로건이나 국정비전을 보도자료 머리말에 넣어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7일 내정된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한 정부 대책과 함께 규제 완화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내정 당일 기자간담회, 취임일 취임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7월19일에는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했고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7월21일), 금융업권 협회장 간담회(7월27일) 등 ‘현장소통’ 행사에서는 “규제 혁신을 위해 (금융권의) 핵심적·전략적 과제를 발굴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위는 금융사의 자회사 투자 제한 및 부수업무 규제 완화 등 업권의 전통적인 요구사항뿐 아니라 가상자산 관련 업무 일부를 허용할지 여부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은 금융위가 현재의 체계를 갖춘 이명박 정부에도 있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 초대 국장이었다.

이명박 정부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선진화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금산분리 완화, 메가뱅크 설립, 산업은행 민영화 등을 내세웠고 실제 산업자본의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 한도가 각각 4%에서 9%로 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불거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실제 금융규제는 제한적으로 완화하는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 금융위도 중·후반기부터는 규제 완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2017년 7월 최종구 위원장 취임 후 ‘생산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 포용적 금융’, ‘혁신금융 포용금융 신뢰금융’을 슬로건으로 했다가 후반기에는 ‘내 삶을 바꾸는 규제혁신’을 강조했다. 2019년 9월 은성수 위원장이 취임한 후 슬로건은 ‘대한민국 대전환 한국판 뉴딜 내 삶을 바꾸는 규제혁신’이었다.

당시는 기존 규제를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한 핀테크 산업 육성책이 추진될 때다. 2019년 12월에는 3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예비인가를 승인받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이 일부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일부는 문재인 정부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와 다른 점은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빅테크 등이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경제·금융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점은 당시는 금융위가 핀테크 산업 육성책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기존 금융사의 ‘역차별’ 해소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모든 정부가 시대에 맞는 규제 혁신을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7년부터 핀테크 육성이 강조됐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존 금융사들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해달라는 건의가 많아졌다”면서도 “규제혁신의 방점이 ‘기존 금융사 도와주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처럼 현 (보수)정부의 규제 혁신 강도도 이전 (진보)정부보다 전방위적이고 민간 중심인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금융권 내 혁신과 규제 완화가 강조됐다면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빅블러 현상(산업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으로 외연이 테크 기업까지 확대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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