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국내 벤처투자액 감소···글로벌 시장 영향
VC업계 "스타트업들, 이제 수익성 스스로 증명할 때"
"시장 침체 상황 속 정부 모태펀드가 지원군 돼줘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내 벤처투자가 최근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스타트업들의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던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이제 자금 회수(엑시트) 가능성에 눈을 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는 역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분기별 투자액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투자액은 1조82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94억원(4.2%) 감소했다. 분기별 투자액 감소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분기 이후 8분기(2년) 만이다.

미국의 벤처투자 시장은 더 심각하다. 데이터 분석기업 피치북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스타트업 투자액은 623억달러(한화 81조450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23% 줄었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다. 

 

최근 3년간 국내 벤처투자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초기 투자는 영향 無···“후기 투자 직격탄 맞을 것”

업계에선 그간 국내 시장에 불었던 스타트업 투자 열풍은 가라앉고, 이제 본격적인 한파가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금 규모가 큰 후기단계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대외적인 상황 때문에 시장 자체가 좋지 않아, 국내 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초기 스타트업들에 들어가는 투자금 규모는 비교적 작아서 큰 변화는 없을 테지만, 시리즈B 이상 후속투자를 받는 기업들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토스, 무신사, 컬리 등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들도 일정을 잇달아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도 직방, 토스 등 소수에 불과했다. 스타트업 성장에 꼭 필요한 '스케일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VC업계, 이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보다 '엑시트' 가능성에 주목

결국 VC업계는 성장 가능성보다 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진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고공 행진하면서, VC업계의 자금 회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어려워진 만큼,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내 VC 심사역은 "최근 시장 침체로 VC 기업들도 현금흐름이 어려워져, 이제 성장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성장 가능성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았던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스스로 수익성을 입증하고, 가능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글로벌 VC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국내 업계보다 시장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만큼, 앞으로도 성장성과 매력도가 주요 투자 기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글로벌 VC 관계자는 "국내 VC업계와는 달리, 당장은 힘들어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저평가 우량주' 스타트업들을 계속 발굴해 키우는 데 투자의 방점이 찍힐 것"이라며 "글로벌 VC는 자금이 풍부한 만큼, 시장의 변동성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국내 VC들이 고민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기부, '모태펀드 감축' 시그널···업계 “오히려 더 확대해 스케일업 지원할 때"

업계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정부의 자금 지원이 방패가 돼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쓰고 없어지는 여타 예산과 달리 모태펀드는 기업을 육성해 다시 회수되고 재투자되는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조주현 중기부 차관이 모태펀드 감축을 시사한 데 이어, 이영 중기부 장관도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업계 우려가 커졌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에 유동성의 근간인 모태펀드까지 축소되면,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그간 꾸준히 늘려온 모태펀드의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만큼,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맞춰 모태펀드 규모는 더 늘려야 한다"며 "일반인들도 스타트업 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도 "모태펀드는 민간 자금과 함께 결성된 펀드"라며 "오히려 모태펀드를 확대가 기업들의 스케일업으로 이어져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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