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망 벤처' 투자 이어져야

글로벌 벤처투자가 빠르게 식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가 전 분기 대비 23% 줄어든 1085억달러(142조원)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동안의 분기 감소율 가운데 가장 큰 수치다.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2501억달러(327조5000억원)를 기록, 지난해 상반기(2857억달러) 대비 12.5%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3403억달러)와 비교하면 26.5% 감소했다. 2분기 기준 지역별로 살펴보면 13% 줄어든 유럽의 감소 폭이 가장 적었으며, 미국·유럽·아시아·중남미 등 세계 전역에서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 글로벌 벤처투자 현황. (자료:CB인사이츠)
분기별 글로벌 벤처투자 현황. (자료:CB인사이츠)

국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펀드 조성과 집행 측면에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 최고치 경신이 예상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투자 위축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한 기업, 기업공개(IPO)를 연기하는 사례 등이 줄을 잇고 있다. IT 붐 때와는 펀더멘털이 달라서 예전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강도가 다를 순 있어도 글로벌 경제 체계에서 한국만 예외가 될 리는 없어 보인다.

최근처럼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경기침체의 전조가 나타나는 불안정한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유동성이 줄면 벤처 업계의 사정은 악화한다. 힘겹게 돈을 빌려도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이자 부담이 커져서 경영을 어렵게 한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지원 자금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맞다. 무한정 지원은 정상기업마저 부실하게 만든다. 옥석은 최대한 빠르게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추면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벤처·스타트업에마저 지원이 끊겨서는 안 된다. 동력이 끊기면 남는 것은 정체뿐이기 때문이다. 가능성 있는 기업이 다가올 파도를 넘을 수 있게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