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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매각 추진…e커머스 M&A 큰 장 섰다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22.07.15 11:12:43
  • 최종수정 : 2022.07.21 15:45:37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한때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분류되던 기업이다. 성장 과정에서 대주주 손바뀜이 일어난 뒤 치열한 경쟁 속에 자본잠식 상황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매각설이 불거졌다. 한때 2000억원대 매각설까지 불거지며 유통가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 어떤 상황까지 왔을까.

장윤석 티몬 대표는 넥스트커머스 2022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각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인정했다. (넥스트커머스 제공)

장윤석 티몬 대표는 넥스트커머스 2022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각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인정했다. (넥스트커머스 제공)



▶매각 진짜 하나?

▷장윤석 대표 “매각 추진 중”

티몬은 신현성 현 이사회 의장이 2010년 창업한 회사다. 한정된 시간 안에 목표 인원이 모이면 할인해주는 소셜커머스 사업 모델로 시작했다. 싼 가격, 편리한 이용 방식 등으로 창업 초기 환영받으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창업한 지 1년 만인 2011년 당시 신 대표는 미국의 2위 소셜커머스 기업 리빙소셜에 티몬을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KKR, 앵커PE 등 사모펀드가 2015년 약 8600억원 밸류(기업가치)에 인수하면서 대주주(몬스터홀딩스)가 바뀌었다. 최대주주인 몬스터홀딩스 지분율은 81.74%에 달한다. 신 의장은 지분 매각 후 티몬 지분 일부를 되사오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장이 됐다.

문제는 이후 실적이다. 티몬은 쿠팡,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선발 주자 대비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신세계그룹 계열 SSG닷컴이 지마켓글로벌을 인수하면서 ‘빅3’ 축에도 끼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최저가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고 물류 거점 확보 경쟁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때 라이브 쇼핑으로 두각을 보이는 듯했지만 뚜렷한 차별점을 바탕으로 계속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순위가 뒤로 밀렸다”고 총평했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당장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티몬 매출액은 1290억원, 영업손실은 760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7% 감소, 영업손실도 전년 대비 20.4% 늘어났다. 4년간 누적 적자(지난해 기준)는 2991억원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잠깐용어 참조) 1조981억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727억원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각설이 불거지게 됐다.

세간에서는 티몬이 큐텐에 2000억원선에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에 장윤석 티몬 대표가 ‘매각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사실 확인을 하면서 티몬 매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어디에 얼마에 팔릴까

▷큐텐 매각 협상설 솔솔~

“큐텐뿐 아니라 많은 전략적 투자자(SI)들과 지분 투자부터 매각까지 다 논의하고 있다. 다만 2000억원 매각설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주주 말고 기존 채권자 등 모든 걸 고려할 때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2000억원대로는 매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넥스트커머스 2022’에서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장윤석 대표의 공식 입장이다.

이와 관련, IB(투자금융)업계에서는 ‘누구에게 얼마에 팔릴지’를 두고 관심이 뜨겁다. 이전에도 티몬은 매각 논의가 있었다. 한때 롯데그룹에 팔린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당시 몸값은 1조원을 넘겼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협상은 진행됐다가 결렬됐다. 다만 그때와 지금 상황은 천양지차다. 2년여 전 당시 거론됐던 매각가에 비해 지금 거론되는 가격은 5분의 1 수준이라는 말도 돈다.

올해 7월 기준 매각가를 4000억원대 내외로 가정하더라도 종전 대주주인 KKR과 앵커PE가 2015년 티몬 지분 59%를 약 3800억원에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 보는 장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에도 매각 대상 기업으로 큐텐 외에 토스페이먼츠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며 사실상 추가 논의는 없다는 소문도 돌았다.

게다가 자본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

당장 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털, PE(사모펀드)들은 사실상 투자를 보류하며 성장성이 뚜렷한 혹은 이익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에만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상위권 투자 회사들이 이런 입장이다 보니 다른 투자 회사도 공격적인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PE 대표는 “티몬이 물류 투자에서도 밀리고, 전반적으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PB(자사 브랜드) 상품도 적고, 무엇보다 최저가 경쟁을 사실상 포기하며 차별화 전략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종전 대주주 PE들이 추가 출자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PE가 추가 투자를 하려면 관련 산업이 성장하거나 잠재력이 확실할 때인데, KKR이나 앵커PE의 경우 티몬에 투자해놓은 종전 펀드에서는 추가 투자 여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그렇다고 신규 출자를 하려면 새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티몬만을 위한 펀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IB업계에서는 종전 결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KG그룹이나 이미 투자한 NHN 등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롯데온’을 강화하고 있는 롯데그룹이나 e커머스를 강화하는 GS그룹에서 가격만 맞는다면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변수는

▷결국 실적 개선 보여야

결국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인데 변수가 적잖다. 일단 실적 개선을 얼마나 뚜렷하게 하느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티몬은 ‘레벨제’ 등 신선한 인사 실험을 통해 위기 타개를 도모한다. 7월부터 도입한 새 근무 제도는 ‘게임처럼 열심히 하면 월급이 오르는’ 구조가 핵심이다. 게임처럼 개인 성과, 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적인 기여), 조직 목표 기여도 등을 평가해 구간별 경험치를 충족하면 레벨이 오르게 했다. 여기에 연동된 급여 역시 즉각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더불어 장 대표가 주창한 ‘이커머스 3.0’ 시대 ‘콘텐츠커머스’도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티몬은 라이브 방송 ‘티비온’을 주축으로 한 콘텐츠커머스를 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처럼 제품구매 단계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개념이다. 최근 신작 오리지널 웹 예능 콘텐츠 ‘찐최종.pptx’에서는 배우 김수미, 개그맨 윤정수가 티몬의 인턴 MD가 돼 실제 업무를 체험하는 웹예능으로 호평받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시작한 콘텐츠커머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9% 성장하는 등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초 라이브 쇼핑 등 새로운 시도에 일가견이 있는 회사인 만큼,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턴어라운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매각 성공의 열쇠”라고 평가했다.

잠깐용어 *결손금

기업의 경영 활동 결과 순자산(純資産)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에 그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 소유주 입장에서는 자본의 감소액을 뜻함.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8호 (2022.07.20~2022.07.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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