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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튜브 경제채널 `신사임당`, 전업투자자 `디피`가 인수했다

강우석 기자
입력 : 
2022-07-20 16:18:05
수정 : 
2022-07-20 16: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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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투자자 `디피`가 30억원에 인수

주언규 씨 매각 후 법인 설립
개인·VC 자금 유치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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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경제채널 '신사임당'이 30억원 안팎 가격에 매각됐다. 채널 인수 주체는 전업투자자로 유명한 '디피'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사임당의 최대 주주였던 주언규 씨는 지난 2월부터 다른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주 씨가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재창업에 뛰어든 것이라 보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언규 씨는 최근 유튜브 경제채널 '신사임당'을 전업투자자 '디피'에게 매각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신사임당 채널에 대한 모든 권한을 디피가 설립한 법인(디피앤스튜디오)에 양도한 것이다. 매각 가격은 약 25억~30억원 사이로 전해진다. 양 측은 거래 과정에서 신사임당 채널의 가치를 35억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미 몇 달 전 거래에 대한 윤곽이 어느정도 나온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사임당은 국내 경제 유튜브 중 가장 많은 구독자수를 지닌 곳 중 하나다. 현재 구독자수는 182만명으로 슈카월드(227만명)와 삼프로(201만명) 다음으로 많다. 한국경제TV PD 출신인 주 씨가 설립을 주도해 최근까지 방송을 진행했다. 앞으로 신사임당 채널은 여러 명의 진행자들이 번갈아며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신사임당을 인수한 디피는 벤처캐피털 심사역 출신의 전업 투자자다. 김작가TV와 신사임당, 증시각도기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전체 자산의 80% 가량을 미국 주식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명덕외고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원익투자파트너스 등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약한 바 있다.

디피는 지난 2018년 자체 법인 '디피앤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유튜브 채널 뿐 아니라 한인텔, 로블록스 관련 사업도 펼치고 있다. 회사 측은 전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 '로블록스'의 국내 유일한 개발사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디피가 신사임당 채널을 양수받기로 한 건 외연 확장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재 디피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약 3만명 수준이다. 180만명을 훌쩍 넘는 신사임당 채널을 활용할 경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영향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플루언서 채널 인수를 검토하는 개인과 법인이 적지 않다"며 "본인이 직접 채널을 키우는 것에 비해 투입 대비 산출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B 업계에선 주 씨가 적절한 시점에 자금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증시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유튜브 채널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덩달아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인수를 검토했던 한 투자자는 "코로나 직후부터 전례없이 풀린 유동성과 기관 심리 덕분에 덩달아 뜬 섹터여서 그렇게 장기적인 트렌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주 씨는 신사임당 채널을 양도한 뒤 새로운 사업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법인 설립 직후 일부 개인투자조합과 벤처캐피털로부터 초기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 씨가 유튜브 채널을 새롭게 키울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주 씨는 지난 2월 '주언규의 돈버는 생각'을 만들었으며 한 달 전까지 영상을 올렸다. 현재 해당 채널의 구독자수는 10만명을 소폭 웃돈다. IB 업계에선 주 씨가 신사임당 채널을 매각한 뒤 재창업에 뛰어든 행보라 해석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매각 후 재창업이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전형적인 트랙을 밟는 것이라 보면 될 것"이라며 "신사임당으로 끌어올린 브랜드가 새 채널에서도 빛을 발한다면, 인지도 높은 유튜버들이 투자 유치를 받기 보다 용이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 씨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주 씨가 일찌감치 채널을 팔기로 마음 먹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도한 것"이라며 "다만 기존 채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다른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키운다면 그것 역시 모양새가 좋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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