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말라가는 벤처투자···유니콘 몸값도 하락곡선
'기업가치 거품론' 확산···"수익성·기술력 증명할 때"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하강 여파로 벤처투자업계의 투자 빙하기가 시작된 모양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르는 대로 몸값을 받고, 벤처캐피탈(VC)을 골라서 투자를 유치하던 스타트업들이 투자절벽에 맞닥뜨린 것이다. 

매출이나 수익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업체들 위주로 펀딩에 성공하면서 스타트업 투자업계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벤처캐피탈(VC)의 스타트업 투자 건수와 규모는 각각 179건, 1조3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편차가 큰 만큼 월평균 투자규모로 따져보면 올해 상반기 1조913억원으로 작년 하반기 1조2031억원에 비해 9.3%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7월 2조9779억원까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3분의 1토막 난 수준이다.

또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업력별 신규투자 비중을 보면 업체 수 기준 3년 이하 초기 비중은 올해 1분기 43.4%로 1년 전 39.6%에 비해 늘었다. 반면 후기는 22.5%에서 19.3%로 줄었다. 투자 초기기업에는 여러 업체 골고루 투자금이 흩뿌려지고 있으나, 중후기는 일부 기업 위주로만 큰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초기기업의 투자유치가 수월한 이유는 기업의 밸류가 낮고 투자 규모도 작아 투자업계 입장에선 투자부담이 덜하다. 반면 중후기를 비롯해 프리IPO 단계 기업들에 대한 VC들의 심사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초기 투자, 시리즈A·B·C 이후 상장 추진 과정에서 우상향만 있었던 주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투자 빙하기를 맞아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나 올해는 유동성이 빠르게 마르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커졌고, 기업공개(IPO) 열풍도 사그라들고 있다. 확실한 수익 지표가 있거나 업계 1위 위치를 위협받지 않는 독보적 사업자만 펀딩에 성공하는 등 업계 부익부 빈익빈은 점차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 측정이 부풀려졌다는 비판은 당근마켓이나 오늘의집처럼 수천억원을 투자받은 국내 유니콘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유니콘들의 몸값은 급락하고 있고, 유망 스타트업 사이에선 투자 유치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무분별하게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던 거품을 걷어내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유니콘 기업들에 대한 가치평가가 박해지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대규모 감원을 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감원과 복지 혜택 축소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투자 경색이 약 6개월 이상 지속되면 한계기업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가치가 과장됐다”는 거품론이 업계 전반에 대두되면서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들은 더 이상 ‘성장가능성’ 만으로 투자 유치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기업가치 평가 심판대에 오른 스타트업들은 그들만의 기술력과 수익성을 명확히 증명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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