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마르자 돈 빼는 출자자…현금화 돕는 펀드 늘어

[벤처투자 혹한기]④
LP지분유동화펀드 잇달아 결성
위벤처스·K2인베·메타인베 등 틈새 노리는 VC 多
LP에 유동성 공급해주고, 싼 값에 투자해 돈 벌고
  • 등록 2022-07-12 오전 6:00:00

    수정 2022-07-12 오전 8:00:42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유동성 경색에 투자자들의 지갑도 얇아지면서 현금을 채워줄 펀드를 결성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벤처펀드에 출자한 개인이나 기업 가운데 당장 현금이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중간에 빠져나갈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는 출자자(LP) 지분 유동화 펀드(LP 지분 세컨더리 펀드)가 대표적이다.

위벤처스는 모태펀드 2022년 2차 정시출자사업에서 LP 지분 유동화 펀드 위탁운용사(GP)로 최종 선정되면서 오는 9월까지 5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펀드조성 중이다. 유동성 급감으로 벤처펀드에 묶인 돈을 현금화하려는 LP들이 나타날 것이란 판단 아래 지난해부터 정부에 적극 건의하며 준비한 결과다.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역시 위벤처스와 함께 모태펀드 2차 정시출자사업의 LP 지분 유동화 분야 최종 GP 선정되면서 1000억원 규모 펀드 결성을 위해 출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최소 500억원으로 조성하면 되지만, 펀드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K2인베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세컨더리 시장 전문 VC를 표방하며 출범한 하우스로, LP 지분 유동화 시장에 관록이 깊다. 지난해 국내 1호 LP 지분 유동화펀드인 ‘케이투 유동화전문 투자조합’을 내부수익률(IRR) 기준 12%대를 웃돌며 청산해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메타인베스트먼트 역시 LP 지분 유동화 펀드 전문 하우스로 꼽힌다. 지난 2020년 말 만기가 임박한 벤처 펀드의 잔여 자산을 통째로 사들이는 ‘테일엔드’ 투자를 처음 선보이는 등 미개척 분야인 세컨더리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위벤처스와 K2인베, 메타인베는 최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주관하는 LP 지분 세컨더리 펀드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내며 맞붙었다.

스타트업 아닌 LP 지분 노린다

LP 지분 유동화 펀드는 기존 벤처펀드 출자자(LP)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의 투자로, 신주 인수 위주로 투자하는 일반적인 VC 비즈니스와는 다르다. 일반 VC에는 피투자기업의 IPO가 회수 창구라면, LP 지분 유동화 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는 LP가 출자한 펀드의 위탁운용사(GP)가 펀드를 청산할 때 엑시트한다. 국내 기업이 창업 이후 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13년이 넘지만 벤처 펀드의 존속 기간은 7~8년 정도에 그치는 만큼, 중간에 어느정도 수익을 낸 증권·캐피탈사나 벤처펀드에 묶인 자금을 현금화하려는 개인·기업 LP가 고객이다.

LP 지분 세컨더리에 강한 VC들은 극심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해가 적기로 보고 펀드 결성에 힘주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로 개인의 신탁 자금이나 기업들의 직간접 출자 등으로 그간 벤처투자에 많은 민간 자금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금리인상 본격화로 유동성이 마르는 시기인 만큼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늘 것이기에 펀드를 운용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것.

국내 한 VC 관계자는 “재작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한번 휘청일 때 민간 LP들이 흔들리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바로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다시 반등했기 때문에 잠잠했다”며 “반면 올해는 금리 인상발 유동성 위축,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현금화에 나서는 LP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실제 벤처펀드에 들어간 LP 지분을 내놓으려는 투자자들 중에는 연기금, 공제회 등 재무력 있는 기관 보다 개인과 기업이 많다. 전문 투자자가 아니기에 투자가 본업인 GP 입장에서는 펀드 안에 담은 기업들을 분석하는 노하우·안목·정보력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에 LP 지분을 사들일 수 있고, LP들은 펀드로 투자한 기업들의 상태가 좋고 나쁨을 떠나 현금화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다른 VC 관계자는 “펀드의 전체 가치를 보면 4년 차부터 스타트업들이 급성장세를 타기에 수익률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4년 이후부터 성과가 잘 난다”며 “현금화가 시급한 LP들로부터 4년차 펀드의 지분을 사들이면 펀드 초기 들어가는 것보다 회수기간은 절반으로 줄고 수익성은 배로 늘 수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탄탄한 네트워크·정보력

LP유동화펀드는 일반 VC들의 투자와 방식이 달라 많은 VC들이 뛰어드는 분야는 아니다. 일반 VC 투자는 피투자기업을 상대하지만, LP 지분 유동화 펀드에서는 출자자들과 딜을 하기에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건 물론 네트워크와 경험이 많아야 한다. LP와 GP 가운데 의사결성을 할 수 있는 인력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해야 딜을 잘 성사시킬 수 있어, 주로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경험과 인맥이 탄탄한 연배 있는 인력이 많다.

VC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LP 지분을 거래할 때 펀드 규약상 펀드에 출자한 LP들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 빨리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밸류에이션 이슈는 올해처럼 상황이 안 좋으면 문제가 안 되겠으나 유니콘 기업 밸류가 치솟았던 작년·재작년 같은 시기엔 시각 차를 좁힐 역량이 필요하다”며 “펀드로 투자한 개별업체들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모으는 것도 핵심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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