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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에 210억 초기 투자받아…암호기술 스타트업 ‘크립토랩’ 눈길

서울대 산업수학센터 첫 인큐베이팅 스타트업
개인정보보호 원천기술 상용화 가능성 인정받아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22.07.05 15:43:29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 겸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크립토랩 제공)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 겸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크립토랩 제공)

암호기술 전문기업 ‘크립토랩’이 약 21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크립토랩은 지난 2017년 서울대 수리과학부 천정희 교수가 설립한 동형암호기술 원천 특허 보유 스타트업이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해 기술 스타트업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크립토랩은 4세대 암호기술인 동형암호 ‘CKKS’ 원천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구현한 제품 ‘HEaaN(혜안)’을 개발했다. 수학이론 자체를 상업기술로 만든 국내 첫 사례로, 서울대 산업수학센터에서 인큐베이팅한 첫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이번 투자는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주도했으며 알토스벤처스, 키움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유수 벤처캐피털이 참여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 쏠리드, 에스제이투자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 유치 후 10개월 만의 시리즈A 투자 유치다.

동형암호란 고객 정보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4세대 암호체계 기술이다. 기존 암호화 기술은 분석을 위한 해독 단계에서 해커 침입으로 데이터 유출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각 업계에서 동형암호기술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처리 과정 필수 단계인 실수 계산에서 데이터 연산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상용화가 어려웠다. 크립토랩은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해, 최초의 실수 연산을 지원하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암호화된 상태로 처리할 수 있는 동형암호 체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크립토랩은 산업계에서도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LG유플러스와 양자내성암호 관련 사업, 삼성전자, 네이버클라우드 등과는 동형암호 관련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민연금공단,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협력해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의 신용을 높게 평가하는 데이터 통계 모델’을 구축해 세계 최초 동형암호 상용화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스타트업 최초로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선정 2021년 11월 발표한 혁신기술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총 7개사 가운데 국내 유일하게 동형암호기술 부문 샘플 벤더로 선정됐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월 IBM과 HEaaN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데이터 암호화 기술은 개인정보 관련 법률이 엄격해지며 최근 더욱 각광받고 있다. 가명화·익명화·데이터 파편화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으나 데이터 손실과 재식별 위험이 높다. 이에 따라 동형암호기술의 고도화는 향후 의료, 금융부터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분야까지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모든 영역에서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편 크립토랩은 7월 6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자연어처리(NLP) 학회 ‘NAACL 2022’에서 황승원 서울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한 “동형암호를 통한 BERT 임베딩 시 개인정보보호 텍스트 분류(Privacy-Preserving Text Classification on BERT Embeddings with Homomorphic Encryption)” 논문을 발표한다. NAACL은 ACL, EMNLP와 더불어 AI 분야 세계 3대 자연어 처리(NLP) 학회로 손꼽힌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크립토랩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오픈소스인 Microsoft SEAL 대비 90배 수준인 동형암호와 세계 유일한 동형수학 라이브러리를 더욱 고도화함으로써 현재 세계 업체와 비교 시 2년여 앞선 기술 수준을 비교 불가한 ‘초격차’ 수준으로 만들도록 하겠다. 또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 의료, 마케팅 분야 개인화 인공지능(Private AI)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노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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