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탈출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삼청동에 모였다. 집요한 분석력과 추진력, 네트워크 삼박자를 무기 삼아 사모펀드 시장의 새 강자를 꿈꾸는 하우스. 바로 유온인베스트먼트 얘기다. 멤버들 면면부터 흥미롭다. 유온인베스트먼트의 이정 대표는 유진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IT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17년간 내공을 쌓은 실력자다. 김미연 부사장 역시 교육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유명세를 떨친 뒤 대신자산운용에서 ‘대신아시아컨슈어펀드’로 또 한번 시장 반향을 일으켰던 주인공. 7명의 ‘정예 멤버’ 중 신입사원 한명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날고 기던 ‘선수들’이다. 한 명의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기업들이 대략 수십곳이라고 가정하면 이미 국내 어지간한 기업들에 대해선 ‘아’하기 무섭게 ‘어’하는 수준의 분석이 끝난다. 이정 유온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뷰어스) 그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던 애널리스트들이 인수합병(M&A) 자문을 하고 비상장기업 투자를 한다고? 얼핏 업무 색깔이 달라진 듯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 뛰던 감각을 그대로 이어와 기업을 만나고 그 기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투자옷'을 찾아 입힌다.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 전달하고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업무 리듬은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결과물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진행된 아이스트로 M&A건. 지난달 말 유온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제빙기업계 1위사인 아이스트로를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미들비(Middleby)에 매각하는 딜을 성공시켰다. “먼저 국내 기업들의 문을 두드려봤는데 일단 M&A에 대해서 밴드를 낮추려는 관행 때문에 매각가 하단이 아이스트로 측의 희망가 대비 70% 수준밖에 안 되더군요. 고민하다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기로 했는데 거기에 답이 있었습니다.” 유온인베스트먼트는 제빙업체 시장에 대해 분석하던 중 아이스트로 인수를 통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글로벌 1위사인 미들비를 찍었다. 그리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직접 문을 두드려봤다. “링크드인을 통해 직접 미들비 쪽에 연락을 했어요. 저희도 반신반의했는데 오히려 충격적일 만큼 긍정적인 반응이 왔어요. 이후 아이스트로의 IR 역할을 하며 경쟁력과 인수시 글로벌 거점 지구로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 등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지주회사 형식이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단계도 훨씬 복잡하고 다소 폐쇄적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번 딜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문화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들비는 아이스트로의 경쟁력에 베팅하며 가장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 M&A에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비상장 투자에서도 침투력을 높이고 있다. 유온인베스트먼트는 지난 3월 국내 미국 공동구매 플랫폼 기업 열매컴퍼니 시리즈 B에 투자참여에 성공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다만 김 부사장에 따르면 그 뒷이야기도 평범치 않았다고. “열매 컴퍼니 투자건에 대해 검토하는데 너무 ‘핫’하더라고요. 투자 의사를 전달했는데 열매 컴퍼니의 기투자가가 소프트뱅크다보니 신생사인 저희에게는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림 공통투자에 대해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축이 MZ세대라는 점을 강조해 이 분야에 많은 회원수를 보유한 롯데렌탈과 연결할 것을 역제안했죠. 이를 신규 투자로 연결해내면서 시리즈에 합류할 수 있었어요.” 그는 “많은 벤처투자사들이 있지만 애널리스트 출신이기 때문에 전분야에 걸쳐 다양한 회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연결할 수 있다는 게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상형 유온인베스트 과장, 이정 대표, 한상웅 팀장, 김미연 부사장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뷰어스) 그들은 달라졌다. 대다수의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딜을 진행하면서 쌓인 성과에 대해 1년을 주기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온인베스트먼트에는 그런 주기가 없다. 딜이 성사될 때마다 즉시 성과급을 배분한다. 그 비율 역시 직급 등과 상관없다. 해당 딜에 기여한 비중이 최우선이다. ‘일한 자, 누리라’는 유온의 운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리고 정말 열심히 일했었죠. 그런데 연말에는 정작 리서치센터가 적자라며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일이 수없이 반복됐어요. 그리고 그마저도 직급을 기준으로 나오죠. 정말 비합리적이란 걸 절실히 느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 사람이 가장 많이 누리는 원칙을 가장 우선에 둔 겁니다. 그러면 회사의 성장은 따라오게 돼 있어요.” 이정 대표에게 유온인베스트먼트의 ‘꿈’을 물었다. “제가 주니어일 때는 많은 사람들이 구글 캠퍼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희도 후배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함께 노력하고 함께 돈을 벌고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금융의 하우스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아기자기한 삼청동 골목에 자리한 유온인베스트먼트. 두시간 여 미팅을 끝내고 나오다가 뒤돌아 회사 건물을 바라봤다. 문득 해시태그를 붙이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합리적 #일당백 #투자핵이득

[가보니] 삼청동에 모인 M&A ‘애벤져스’

사모펀드 신흥강자 '유온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 특유의 추진력·실행력으로 잇딴 딜 성공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7.04 10:40 | 최종 수정 2022.07.04 10:46 의견 0

여의도를 탈출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삼청동에 모였다. 집요한 분석력과 추진력, 네트워크 삼박자를 무기 삼아 사모펀드 시장의 새 강자를 꿈꾸는 하우스. 바로 유온인베스트먼트 얘기다.

멤버들 면면부터 흥미롭다. 유온인베스트먼트의 이정 대표는 유진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IT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17년간 내공을 쌓은 실력자다. 김미연 부사장 역시 교육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유명세를 떨친 뒤 대신자산운용에서 ‘대신아시아컨슈어펀드’로 또 한번 시장 반향을 일으켰던 주인공.

7명의 ‘정예 멤버’ 중 신입사원 한명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날고 기던 ‘선수들’이다. 한 명의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기업들이 대략 수십곳이라고 가정하면 이미 국내 어지간한 기업들에 대해선 ‘아’하기 무섭게 ‘어’하는 수준의 분석이 끝난다.

이정 유온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뷰어스)


그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던 애널리스트들이 인수합병(M&A) 자문을 하고 비상장기업 투자를 한다고? 얼핏 업무 색깔이 달라진 듯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 뛰던 감각을 그대로 이어와 기업을 만나고 그 기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투자옷'을 찾아 입힌다.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 전달하고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업무 리듬은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결과물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진행된 아이스트로 M&A건. 지난달 말 유온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제빙기업계 1위사인 아이스트로를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미들비(Middleby)에 매각하는 딜을 성공시켰다.

“먼저 국내 기업들의 문을 두드려봤는데 일단 M&A에 대해서 밴드를 낮추려는 관행 때문에 매각가 하단이 아이스트로 측의 희망가 대비 70% 수준밖에 안 되더군요. 고민하다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기로 했는데 거기에 답이 있었습니다.”

유온인베스트먼트는 제빙업체 시장에 대해 분석하던 중 아이스트로 인수를 통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글로벌 1위사인 미들비를 찍었다. 그리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직접 문을 두드려봤다.

“링크드인을 통해 직접 미들비 쪽에 연락을 했어요. 저희도 반신반의했는데 오히려 충격적일 만큼 긍정적인 반응이 왔어요. 이후 아이스트로의 IR 역할을 하며 경쟁력과 인수시 글로벌 거점 지구로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 등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지주회사 형식이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단계도 훨씬 복잡하고 다소 폐쇄적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번 딜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문화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들비는 아이스트로의 경쟁력에 베팅하며 가장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 M&A에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비상장 투자에서도 침투력을 높이고 있다. 유온인베스트먼트는 지난 3월 국내 미국 공동구매 플랫폼 기업 열매컴퍼니 시리즈 B에 투자참여에 성공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다만 김 부사장에 따르면 그 뒷이야기도 평범치 않았다고.

“열매 컴퍼니 투자건에 대해 검토하는데 너무 ‘핫’하더라고요. 투자 의사를 전달했는데 열매 컴퍼니의 기투자가가 소프트뱅크다보니 신생사인 저희에게는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림 공통투자에 대해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축이 MZ세대라는 점을 강조해 이 분야에 많은 회원수를 보유한 롯데렌탈과 연결할 것을 역제안했죠. 이를 신규 투자로 연결해내면서 시리즈에 합류할 수 있었어요.”

그는 “많은 벤처투자사들이 있지만 애널리스트 출신이기 때문에 전분야에 걸쳐 다양한 회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연결할 수 있다는 게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상형 유온인베스트 과장, 이정 대표, 한상웅 팀장, 김미연 부사장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뷰어스)


그들은 달라졌다.

대다수의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딜을 진행하면서 쌓인 성과에 대해 1년을 주기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온인베스트먼트에는 그런 주기가 없다. 딜이 성사될 때마다 즉시 성과급을 배분한다. 그 비율 역시 직급 등과 상관없다. 해당 딜에 기여한 비중이 최우선이다. ‘일한 자, 누리라’는 유온의 운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리고 정말 열심히 일했었죠. 그런데 연말에는 정작 리서치센터가 적자라며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일이 수없이 반복됐어요. 그리고 그마저도 직급을 기준으로 나오죠. 정말 비합리적이란 걸 절실히 느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 사람이 가장 많이 누리는 원칙을 가장 우선에 둔 겁니다. 그러면 회사의 성장은 따라오게 돼 있어요.”

이정 대표에게 유온인베스트먼트의 ‘꿈’을 물었다.

“제가 주니어일 때는 많은 사람들이 구글 캠퍼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희도 후배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함께 노력하고 함께 돈을 벌고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금융의 하우스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아기자기한 삼청동 골목에 자리한 유온인베스트먼트. 두시간 여 미팅을 끝내고 나오다가 뒤돌아 회사 건물을 바라봤다. 문득 해시태그를 붙이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합리적 #일당백 #투자핵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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