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한국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연쇄 창업가’다. 창업한 분야도 전부 다르다. 첫 번째 창업이었던 네오위즈는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이 핵심이었다. 그 뒤에 창업한 첫눈은 기술 중심의 검색 서비스 기업으로 훗날 네이버 검색 엔진의 토대가 됐다. 이후 세운 회사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게임회사인 블루홀(현 크래프톤)이다. 둘 다 2007년에 창업했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에선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크래프톤에선 이사회 의장으로 활발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의 창업 인생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을 크래프톤에 쏟은 셈이다.

크래프톤이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렸던 건 아니다. 창업 10년 뒤인 2017년 배틀그라운드를 내놓기 전까지 숱한 위기를 겪었다. 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크래프톤은 현재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에 이어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SK2’로 자리매김했다.

그도 게임회사를 세운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했다. “2010년쯤 블루홀이 한창 힘들 때였어요. 한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되고 카카오톡을 비롯해 모바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때였거든요. 조금만 기다렸다 창업했으면 모바일 시대의 흐름을 탈 수 있었는데 일찍 게임을 선택한 바람에 네오위즈, 첫눈 하면서 번 돈을 다 날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장 의장은 “이렇게 오래 게임회사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15년가량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힘들게 쌓은 만큼 앞으로 고민 없이 평생 게임회사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처음 게임회사를 할 때는 기존 정보기술(IT)업계와 너무 달라 놀랐다”고 떠올렸다. “게임은 한마디로 말하면 종합 예술입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부터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부분까지 인간이라는 존재를 전부 이해해야 해요. 게임회사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아니었다면 인간 장병규는 로봇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