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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1세대 VC “한국 스타트업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겨냥해야”
버텍스이스라엘 데이비드 헬러 대표 충고
‘창업-매각-재창업’ 이스라엘 벤처생태계
글로벌진출 통한 ‘그로우 빅’으로 큰 전환
한국 스타트들업과 협업·시너지방안 강구
데이비드 헬러 버텍스이스라엘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과 이스라엘 기업간 시너지 창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즈마그룹 제공]

“이 통계 한번 보세요. 안 좋아 보이죠? 왜 이럴까요?”

장마 직전 기자와 만난 버텍스이스라엘 사의 데이비드 헬러 대표는 대뜸 한 그래프를 보여줬다. 그래프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생 스타트업의 수를 기록한 것이었다. ‘스타트업 네이션’이라는 이스라엘의 신생기업 수는 2016년 1287개에서 2020년 737개, 지난해 298개까지 급감했다. 그래프만 보면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은 2019년 15개에서 지난해 74개로 늘었다.

헬러 대표는 한 문장으로 이를 설명했다. “스타트업 국가에서 ‘스케일업 네이션’으로 변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혁신기술 신생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다. 이 기업들은 금세 팔리고 다시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는, 짧은 사이클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기업을 조기 매각하지 않고, 유니콘이 될 때까지 긴 호흡으로 키우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헬러 대표는 “‘그로우 빅(크게 키운다)’이란 시각이 생겼다”고 전했다.

신생기업을 크게 키워가려면 외부와 협업해 진행하는 혁신,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수다. 헬러 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다. 그는 1996년부터 벤처투자(VC) 업계에서 주로 일본의 LP(투자자)·기업들과 이스라엘의 혁신기업을 연결하는 일을 해 왔다. 최근에는 요즈마그룹과 함께 한국의 스타트업과 이스라엘 기업간 시너지효과를 내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그는 “한국 기업이 제조 중심에서 지식 기반 산업으로 바뀌었다”며 엄청난 변화라 평가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한국은 자원이 충분치 않고 인재에 기반한 국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너무 국내시장만 본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에서 흥미로운 스타트업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대표들에게 글로벌 진출 방안을 물어보면 다들 ‘생각 안 해봤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노립니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손 잡으면 시너지효과가 날 것 같아요.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해줄 수 있으니까.”

버텍스이스라엘은 1997년 설립된 벤처캐피탈로, 이스라엘 VC 중 1세대로 꼽힌다. 헬러 대표는 포트폴리오 회사를 키운 후 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체감했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가 네비게이션 앱 웨이즈다. 버텍스이스라엘이 90억원을 투자했던 웨이즈는 2013년 구글에 1조6000억원에 매각됐다. 비슷한 기업 한국의 김기사는 카카오에 2015년 565억원에 팔렸다.

헬러 대표는 “당시 애플, 페이스북까지 서로 웨이즈를 사려고 경쟁했다.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됐고, R&D센터는 계속 이스라엘에 남겨두라는 조건도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동석한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대표는 “앱은 김기사가 아주 잘 만들었지만 국내 시장에만 머문 한계가 있었다. 웨이즈는 처음부터 회사 메일도 히브리어를 배제하고 영어만 쓸 정도로 글로벌을 겨냥한 덕에 가치평가가 달라졌다”며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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