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이트벤처스 "지역 넘어 글로벌 VC로 도약"

박문수 대표 인터뷰···8월께 창투사로 전환하고 해외도 진출

인터뷰입력 :2022/06/16 09:20

유한회사(LLC)형 벤처캐피털인 인라이트벤처스(대표 박문수)가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털(창투사)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주목 받고 있다. 벤처캐피털(VC)은 LLC, 창투사,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등 세 종류가 있다. 설립 자본금과 필요 인력 등에서 차이가 난다. 자본금과 운용자금이 LLC, 창투사, 신기사 순으로 많다. 국내에 LLC는 40여곳, 창투사는 210곳, 신기사는 30~40곳 정도 있다. 이중 인라이트벤처스는 운용자금 규모면에서 LLC 중 톱3위에 해당한다.

창투사는 LLC(1억~5억원)와 달리 자본금이 20억 이상이여야 한다. 현재 인라이트벤처스 자본금은 4억원이다. 오는 8월께 20억원으로 증자, LLC에서 창투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15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한 박문수 대표는 "좀 더 큰 비즈니스를 위해 창투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재 4명의 공동창업자(코파운더) 지분이 전체의 80%인데 창투사로 전환해도 이 비중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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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이트벤처스는 2017년 7월 설립했다. 당시 대성창업투자 팀장으로 있던 박 대표 외에 삼성벤처투자 김용민 부장, 유동기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이사, 손민호 수림창업투자(현 하이투자파트너스) 이사 등 4명이 의기투합, 공동 설립했다.

박문수 인라이트벤처스 대표가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인라이트벤처스는 4명의 공동창업자가 돌아가며 대표를 맡는다.

지역 VC의 성공 모델로 명성이 높은 인라이트벤처스는 대구시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대구시가 출자한 60억원을 기반으로 모태펀드 자금(90억원) 등을 합쳐 162억원 규모 1호 펀드(인라이트1호 청년창업펀드)를 2017년 11월 결성했다. 이어 2018년 1월 202억5000만원 규모 2호 펀드(CD펀드)를 만들었고 같은 해 6월 중기부가 시행하는 '팁스(TIPS)' 운용사에 선정됐다.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는 중기부가 시행하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 중 가장 호평 받고 있는 사업이다. 유망한 기술과 기술 아이템을 보유한 보유한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사업으로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라 불린다.

인라이트벤처스는 2018년 8월과 10월에 각각 제주와 광주에 지점을 개설했다. 서울에도 진출했다. 2020년 3월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보육공간을 개소했고 현재 3호선 양재역 인근에 서울 사무실이 있다. 투자한 대표 기업은 신선제품 재사용 배송박스 개발사 에임트, 렌터카 예약 플랫폼 제주패스를 운영하는 캐플릭스,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기반 신약 개발사 업테라 등이 있다. 박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이 수도권을 거치지 않고 글로벌로 바로 갈 수 있는 부분을 지원, 이 부분에서 인라이트벤처스가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라이트벤처스의 총 투자금은 2750억원이다. 현재 16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148억 규모 '디지털 융합 펀드(인라이트 4호)'와 220억 규모 '넥스트 유니콘 펀드(인라이트 9호)'를 만들었다. 투자금이 가장 큰 펀드는 350억 규모 SD전략펀드(인라이트 12호)'다. 향후 두 분야에서 추가로 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의 환경과 기후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와 지역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라고 들려줬다. 

인라이트벤처스의 글로벌 펀드 결성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이 회사가 지역을 기반으로 입지를 넓혀왔기 때문이다. '지역에 강한 VC'에서 '글로벌도 커버하는 VC'로 도약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지역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했듯이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투자를 통해 국내 기업과 동남아 기업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문수 대표가 회사 CI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인라이트벤처스는 4명의 공동창업자가 대표직을 번갈아 가며 수행한다. 대표에게 쏠리는 의사결정과 과중한 업무를 나누기 위해서다. 설립 당시인 2017년엔 박문수, 김용민 공동대표로, 2020년엔 유동기 대표가, 올 5월초부터는 박문수 대표가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공인회계사(KICPA)인 박 대표는 연대 경영학과(94학번)를 졸업하고 2004년 대성창업투자에 입사해 12년 5개월 정도 일했고, 2017년 7월 다른 세 명의 창업자와 함께 인라이트벤처스를 설립했다.

대표 이사 5년을 포함해 VC업계 17년차인 그는 투자관에 대해 "5년차 이하일때에는 회사 규모와 시스템 맞는, 회사가 원하는 투자처를 찾지만 5~10년차에는 수익과 가치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면서 "이제사 스타트업을 키우는 법을 알겠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기본 역량이 있는 대표라야 키워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대표가 스마트하고 멘탈이 강해야 한다"며 멘탈을 강조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어려워질 수 있는데 멘탈이 강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멘탈이 무너지면 도와주려해도 도와줄 수 없다"면서 "스마트하고 멘탈이 강한 대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벤처강국 코리아'를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현재는 스케일업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초기 쪽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펀드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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