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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밥상 `푸드테크`가 만들어…1조 농식품 모태펀드 조성 시급

정혁훈 기자
정혁훈 기자
입력 : 
2022-06-15 17:17:55
수정 : 
2022-06-16 17: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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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키울 자금 부족
2010년 1170억으로 펀드 출범
11년 지났어도 2000억 안돼

믿고 맡길 생산공장 절실
첨단기술로 신제품 만들어도
제조시설·재료 못구해 발동동

낡은 규제 확 풀어야
떡국떡·청국장 등 전통식품
생계형 적합업종에 발묶여
되레 K푸드 세계화 막아
◆ 푸드테크 혁명 (下) ◆

사진설명
매일경제TV가 개국 10주년을 맞이해 14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개최한 '어게인, 아그리젠토 코리아: 푸드테크 혁명' 포럼에서 정혁훈 매일경제 농업전문기자가 푸드테크 산업으로 제3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기 위한 어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아랍에미리트(UAE)는 4년 전 '국가 식량안보 전략 2051'을 발표했다. UAE의 식량안보지수(GFSI)를 2051년까지 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UAE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바로 '푸드테크 챌린지 2020'이었다. 목적은 식량안보 강화 방안 마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제1회 푸드테크 챌린지는 70개국에서 400개 이상 팀이 참가하며 성황을 이뤘다. 많은 스타트업(새싹기업)이 식량난 해결 방법과 차세대 식품 생산 기술을 제안했다. UAE는 현재 제2회 푸드테크 챌린지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 농식품 모태펀드 규모 1조원 돼야
사진설명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으로 46%, 곡물자급률은 20%에 그치고 있다. UAE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에서 자급률이 가장 낮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푸드테크를 활용한 식량안보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정부 인식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농식품 분야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 사실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모태펀드를 도입한 영향이 크다. 첫해 정부 자금과 민간 자금을 합쳐 1170억원으로 출범한 농식품 모태펀드가 스타트업 성장의 씨앗이 됐다. 지금은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마켓컬리와 프레시지, 제주맥주, 팜에이트, 엔씽, 더맘마 등이 모두 이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받아 큰 회사들이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2021년 모태펀드 규모는 1933억원으로 첫해에 비해 65%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회수된 금액이 재출자된 것이라 정부 신규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들이 워낙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보니 모태펀드 자금이 부족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10년 전에는 충분히 투자받았을 만한 기업이 요즘에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매일경제TV가 개국 10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어게인, 아그리젠토 코리아 : 푸드테크 혁명' 포럼에서 모태펀드를 단계적으로 1조원 이상까지 키워야 한다고 제안한 배경이다.

◆ 믿고 맡길 생산 대행 공장 필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생산 단계에서 겪는 애로사항도 적극 해소해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좋은 식품을 개발하고도 생산을 하지 못해 상품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스타트업은 새로 개발한 신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에 맡겼다가 낭패를 당했다. 그 공장에서 레시피(조리법)를 다른 회사로 빼돌린 것. 푸드테크 기업들이 안심하고 제조를 맡길 수 있는 첨단 식품 생산 대행 기업 육성이 시급한 이유다. 마치 반도체 생산을 대행해 주는 대만의 TSMC처럼 식품 제조만을 대행하는 기업을 육성하면 스타트업은 안심하고 신제품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에서도 반도체 분야처럼 소재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버 세대를 위한 건강 대용식을 개발하는 한 스타트업은 "국내에서 블루베리 분말을 구하기 어려워 중국 알리바바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무려 800개 제조사가 검색이 됐다"며 "국산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일이 발생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식품 소재별 시장 규모가 작아서 한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우면 여러 기업이나 연구소가 힘을 합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푸드테크협의회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농수산식품안전처 검토해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존 식품산업 시대부터 적용돼온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규제 완화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김치가 대표적이다. 김치는 지난해 전년 대비 11% 증가한 1억60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12년 만에 무역흑자도 달성했다. 이런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2020년에 김치를 중기적합업종에서 제외한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중기적합업종보다 더 강한 생계형 적합업종 규제가 생겨났다. 여기에는 떡국·떡볶이용 떡, 두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국수, 냉면 등이 새롭게 지정됐다. 한국의 대표 식품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폐지를 논의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된 요즘에도 여전히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술이다. 전통주에 한해 규제를 풀었지만, 그것도 지역 업체나 명인이 만든 것만 해당되고 일반 전통주는 제외된다. 온라인 판매 허용을 통해 주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푸드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식품 안전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그런데 한곳에서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를 담당하다 보니 안전기준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미래 푸드테크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 기능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 이유진 매일경제TV 기자 / 길금희 매일경제TV 기자 / 조문경 매일경제TV 기자 / 윤형섭 매일경제TV 기자 / 현연수 매일경제TV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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