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제약·바이오·백신 메가펀드 조성 추진에 주목
전문가들 "글로벌 신약 개발에서 메가펀드가 마중물 역할"

[라포르시안] “글로벌신약 개발과정에서 후기 임상은 가치창출이 가장 큰 단계지만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동력이 약한 상태다. 국내 자본시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통한 메가펀드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난 9일 열린 ‘바이오헬스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제약·바이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신약 개발을 위해 메가펀드 조성이 시급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 및 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혁신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제약·바이오·백신 메가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 직속으로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신설하며 기초연구와 병원 기업협력을 촉진하고 바이오에스 거버넌스 강화를 천명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과 중앙대학교 의학바이오 융복합 연구소에서 공동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신정부에 신약개발 육성 정책 제안을 위해 개최됐다. 

첫 발제를 맡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권영직 교수는 국내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의 한계를 글로벌 기업과 규모를 비교하며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지난해 기준 국내 탑 5 제약사의 매출을 모두 합해도 글로벌에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약사 매출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특히 기술주 투자의 시장 크기로 볼 수 있는 코스닥의 경우 나스닥과 10배 정도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에 비해서 아직까지 많은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고, 더 많은 연구와 투자를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적 지원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성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특성을 갖고 있는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성과를 통한 파급 효과와 반사이익에 대해 충분히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재정적 지원을 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어느 정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권영직 교수.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권영직 교수.

특히 기술 기반 중소 제약·바이오기업 육성을 위한 재정적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권 교수는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뿐 아니라 중견 제약사 또는 그보다 작은 회사의 신약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제약사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다양성을 키우고 이로부터 많은 기술과 핵심적인 약물들을 개발하고 발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성공의 필수 요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규모 제약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제약사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기술 기반 소규모 제약사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가펀드 또는 공직자금 등의 재정적 지원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연방정부 예산을 보면 약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올해 미국 NIH의 1년 예산은 약 45억 달러”라며 “우리나라도 그 정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미국이 점유하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의 선두 자리를 탈환해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메가펀드를 조성해서 준비하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야말로 글로벌에서 국가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방이나 경제 패권이 아니라 의약품 패권주의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라며 “단순 경쟁뿐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공공 보건의 측면에서도 바이오 헬스케어의 충분한 투자를 통해 선두 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한국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지금이야말로 적기”라고 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민간의 지속적인 신약개발 투자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메가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여재천 상근이사는 국내 신약 개발 연구에서 보유 파이프라인의 양적 부족과 질적 저하를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글로벌 신약 5개를 목표로 볼 때 최소한 2,000여개의 파이프라인이 필요하지만 국내 임상 파이프라인은 300여개에 불과하다. 이 또한 대부분 기존 물질이 타깃이고 신규 타깃은 부족해 임상단계뿐 아니라 유효물질 도출과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서도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 이사는 “올해 국가신약개발사업재단에서 파악한 국내 연구과제 현황을 보면 유효물질과선도물질의 연구주체는 주로 대학이 많은 반면, 비임상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는 기업이 대부분 주체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술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후보물질부터 임상2상 단계의 R&D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주체는 모두 기업이지만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사업화 병목구간의 집중지원 프로그램은 계획돼 있으나 글로벌 신약개발 자금 조성 구체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상근이사.
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상근이사.

글로벌 신약 개발에서 민간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메가펀드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 이사는 “신약개발은 과정에 내재된 위험이 너무 커서 그 동안 자본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험기피적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했다”라며 “임상시험 단계의 복잡성 증가가 향후 생산성 저하의 요인으로 예상돼 민간투자를 더욱 감소시킬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 창출을 위한 새로운 R&D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가 절대적”이라며 “그러나 대기업조차 글로벌 신약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자발적 투자는 줄어들고 과소투자로 인해 시장 실패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민간의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마중물 메가펀드 조성을 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마중물 메가펀드가 국가연구프로젝트 지원이 아닌 자우시장 경제 하에서 기업 경영의 선순환을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가펀드 구조와 관련해 “유망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R&D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적절한 위험분산과 자산 유동화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라며 “특히,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대한 미래 현금 흐름, 위험 등을 측정해 부채와 자본으로 구조화된 RBO(R&D projects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Research-BackedObligation을 의미)를 발행해 최적 자본 규모 수준의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메가펀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허경화 대표는 후기 임상개발의 부진을 해결 과제로 지목하며, 해결방안으로 정부의 과감한 투자, 즉 메가펀드 조성을 꼽았다.

허경화 대표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은 총 33건으로 13조원 규모이다. 그러나 국산 신약 34개 중 FDA 허가를 받은 글로벌 신약은 3개에 불과하다.

허경화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연구와 초기개발 단계 기술수출은 강점이지만 글로벌신약 후기 임상개발 및 사업화 성과는 부진하다”며 “특히, 후기 임상개발은 가치창출이 가장 큰 단계지만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개발동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정부 R&D 지원은 자금 규모 및 범위의 한계가 있으며 민간 펀드 역시 초기 개발단계의 바이오벤처에 집중 투자되고 있고, IPO 수익모델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제약바이오기업은 매출 대비 R&D 투자율은 높지만 규모의 한계로 인해 후기 임상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허경화 대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허경화 대표.

펀드의 투자 대상은 충분하다며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요구했다. 그는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기준 1,477개이며 이중 임상단계 후보물질은 552건으로, 투자 대상은 충분하다”며 “후기 임상개발은 비용은 크지만 1, 2상에 비해 성공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다양한 투자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펀드 규모는 5조원 이상으로 하되, 정부 50%, 국책금융기관 등 30%, 기타 모태펀드 및 민간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구성을 제안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는 자체 개발 중인 합성항원 백신 ‘GBP510’을 예로 들며 메가펀드를 통한 글로벌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재용 대표는 “파이낸싱 펀딩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결국은 역량이고, 그런 측면에서 전 세계가 하나의 원팀 같다”며 “그 사례가 GBP510이다. GBP510은 파트너십에 의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

안재용 대표에 따르면 GBP510은 빌앤멜리다게이츠 재단과 CEPI(국제감염병혁신연합)으로부터 개발비를 100% 펀딩을 받았으며, 미국 워싱턴대학 백신연구소로부터 합성항원을 공급받았다. 여기에 GSK로부터는 면역증강제를, JUST BIO는 세포주를 제공받았다. 

개발지원에는 대한민국코로나19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와 식약처가 나섰으며, 임상에는 국제백신연구소, 아스트라제네카, 고려대 구로병원, 국립보건연구원, 외교통상부가 각 기관에 맞는 역할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안 대표는 “GBP510은 SK바이오사이언스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된 원팀 프로젝트”라며 “원팀 프로젝트가 됐을 때 부족한 역량이 보완되고 역량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메가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역량 향상 방법이라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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