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 차원서 접근해야 할 ‘金産 분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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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 “금산 분리 보완”
순환출자 금지… 외국자본의 M&A 대상 전락
기업 투자가 빛 발하도록 정부가 판 깔아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10 00:02:02

윤석열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금산(金産) 분리 보완’을 언급했다. 금융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금산 분리 필요성이 있지만 산업 구조 및 기술 변화를 고려할 때 개선을 검토할 때가 됐기에 김 금융위원장 내정자의 발언은 만시지탄이다.

금산 분리란 금융회사가 산업회사(비금융회사)를 지배하지 못하고, 산업회사 역시 금융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비금융회사를 함께 갖고 있는 대기업집단을 쪼개자는 것이다. 이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잠식할 경우에 발생할 불공정한 일들을 염두에 둔 조치다. 지배주주의 사금고화 방지다. 1995년 은행법에서 규정한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불문율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계열회사 중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해당 회사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2조 원 이상 등에 해당하는 산업자본은 비금융주력자로 규정된다. 또한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4%를 초과한 주식을 보유하고자 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이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은산(銀産) 분리로 통용돼 왔다. 현재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시중은행 4%, 지방은행 15%로 제한해 기업(재벌)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집단 금융회사가 사금고화 될 우려는 사실상 사라졌다. 금융사가 대주주나 계열사와 거래하는 데 각종 한도가 정해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주주에게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경우라도 액수가 크면 이사회 이사 전원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등 여러 규제가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추세는 금산 분리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부도 꾸준히 완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미 공적 연기금은 산업자본으로 규정하지 않아 금융기관에 투자할 수 있게 됐으며, 인터넷은행은 아예 예외로 뒀다. 이명박정부 때는 금융주식 허용 한도를 9%까지 늘리기도 했다. 산업이 성숙할수록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다시 금융업으로 주도권이 바뀌는 게 상식이다. 후진적인 한국 금융 체계는 강력한 규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금산 분리의 근거로 금융 안정성을 내세운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위기에 처하면 같은 집단의 금융회사도 위험해질 수 있고, 이 때문에 나라 전체의 금융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며 분리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큰 회사가 망하면 계열 금융회사가 없더라도 금융체제는 흔들릴 수 있다. 금융이란 자금의 통로를 만드는 것이기에 통로의 일부만 막혀도 전체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다양하다면 금산을 분리하는 건 온당치 않다. 물론 같은 기업집단 안에 있으면 계열사 간에 위험이 쉽게 전이될 수는 있다. 따라서 기업집단 안에 속한 금융회사들을 그룹 차원으로 감독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거나 의결권을 제한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무한 경쟁의 글로벌 경제 시대에 맞지 않는 기업에 채워진 ‘족쇄’일 뿐이다. 금산이 분리되고 대기업집단이 해체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산 분리는 기업의 투자의욕과 창의성 위축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윤 정부에서는 금산 분리 완화를 원칙으로 삼아 최적의 대안을 찾길 바란다. 한국에만 있는 금산 분리는 규제 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 투자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건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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