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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펀드에 몰리는 뭉칫돈…봉쇄 풀린 ‘죽의 장막’ 그래도 투자 신중히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22.06.03 12:33:42
  • 최종수정 : 2022.06.10 10:05:53
중국 펀드에 돈이 몰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중국 펀드는 연초 이후 설정액이 8779억원 늘었다(5월 30일 기준). 올 들어 중국 증시가 부진한 탓에 연초 이후 중국 펀드는 손실률 22.76%를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는 저가 매수를 노리고 펀드 매입을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주식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펀드 수익률이 머지않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상하이 봉쇄 해제, 중국 정부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중국 펀드 수익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단, 전문가들은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만큼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중국 펀드를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봉쇄 조치가 풀린 상하이 번화가 난징둥루. (연합뉴스)

상하이 봉쇄 해제, 중국 정부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중국 펀드 수익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단, 전문가들은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만큼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중국 펀드를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봉쇄 조치가 풀린 상하이 번화가 난징둥루. (연합뉴스)



▶연초 이후 성과는 부진

▷설정액은 8800억원 늘어

개별 펀드로 보면 ‘KB 통중국 4차산업’에 가장 많은 투자금이 유입됐다. 올 들어 설정액이 170억원 이상 늘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5G,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는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을 주로 담는 상품이다. 5월 초 기준 IT 섹터 40.95%, 산업재 3.57%, 경기소비재 3.05%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최근 성과는 부진하다. 연초 이후 손실률이 31.3%다.

‘이스트스프링 차이나 드래곤 A Share’ ‘KB 통중국 고배당’ ‘미래에셋차이나H인덱스’도 인기다. 이스트스프링 차이나 드래곤 A Share는 위안화로 거래되는 중국 본토 A주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중국 장기 성장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 가운데 높은 성장성과 우수한 기업 지배구조를 지닌 종목 발굴에 주력한다. 5월 초 기준 중국 백주 시장 1위 기업 귀주모태, 흥업은행, 중국초상은행, 중환반도체가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높은 종목이다. 올 들어서는 손실률 21.92%를 기록 중이지만 장기 성과는 양호하다. 2년 수익률 21.56%, 3년 수익률은 27.29%로 나쁘지 않다.

KB 통중국 고배당은 고배당, 고성장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6월 1일 기준 홍콩(68.8%)과 중국(18.07%), 대만(10.73%) 등 중국 본토와 중화권 국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미국(2.39%) 상장 주식도 일부 포함됐다. 미래에셋차이나H인덱스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을 주로 담는다. 5월 초 기준 중국건설은행, 텐센트, 알리바바 등을 담았다.



▶상하이 봉쇄 해제에 기대감

▷“아직 악재 해소 안 됐다” 신중론도

올 들어 중국 증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제로 코로나19’ 정책에 따라 중국 정부가 상하이, 선전(심천)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한 탓이다.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식 시장이 흔들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미국 통화 긴축 정책 등 글로벌 금융 시장 내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가 이어진 것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다. 1월 초 3500~3600선에서 움직이던 상하이종합지수는 4월 말 2900 밑까지 빠진 뒤 6월 2일 기준 3195.46까지 회복됐다. 항셍지수는 1월 2만3000~2만4000에서 3월 중순 1만8000대까지 하락한 이후 6월 초 기준 2만1000선까지, 홍콩H지수는 3월 중순 6100선까지 밀렸다가 6월 초 7200~7400대까지 반등했다.

반등세에 힘입어 중국 펀드 성과도 차츰 회복되는 모습이다. 연초 이후로 보면 두 자릿수 손실을 냈지만 최근 1개월로 시야를 좁히면 중국 펀드 전체 수익률은 1.47%로 성적이 나쁘지 않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북미 펀드는 같은 기간 손실률 7.09%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 봉쇄를 풀고 경기 부양 의지를 적극 표명한 것이 분위기 반전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상하이는 6월 1일부로 도시 봉쇄를 해제했다. 고위험·중위험 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제외한 일반 지역 시민은 자유롭게 밖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도 사무실, 공장, 상점으로 복귀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5월 20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하는 등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정책 기조를 바꾼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하반기부터 빅테크 기업 독과점을 문제 삼고 규제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결국 정책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다.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5월 17일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연 ‘디지털 경제의 건강한 발전’ 심포지엄에 참석해 “플랫폼 경제, 민영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지지하겠다. 디지털 경제 기업 발전과 증시 상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기는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 지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본다.

다만 한편에서는 중국 경제 주요 지표가 아직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을 기록했다. 4월 47.4에 비해서는 개선됐으나 여전히 경기 위축 국면임을 나타낸다. 제조업 PMI는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조업 PMI가 기준선인 50보다 위에 있으면 경기 확장 국면에, 50보다 밑에 있으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상하이 록다운(봉쇄) 충격으로 4월 중국 제조업 PMI는 2020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4월 중국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산업 생산은 2.9%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 기업 역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는 추세다. 5월 18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4%로 내렸다.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4월 중국 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된 것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JP모건 역시 주요 도시 봉쇄 충격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이유로 성장률 예상치를 4.3%에서 3.7%로 조정했다. 씨티그룹(5.1%→4.2%)과 UBS(4.2%→3%)도 전망치를 내렸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로 내건 5.5%와 차이가 크다. 블룸버그는 특히나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 경제가 2% 성장하는 데 그치며 1976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2.8%)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하는 변수다. 상하이 봉쇄 해제 이후 활동량이 늘면 확진자 수가 증가할 수 있다. 북한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북한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며 북한 접경 지역인 단둥에서도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등 중국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5월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5차 세계보건총회(WHA) 개막 연설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종식되지 않는 한 끝난 것이 아니다. 70여개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만큼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중국 펀드를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금계좌 등을 통해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방식을 권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2호 (2022.06.08~2022.06.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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