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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혹한기 대응 전략은

하반기 밸류 컷 본격화…현금 챙겨라
초기 스타트업은 無風 “더 과감? OK”

  • 반진욱, 윤은별 기자
  • 입력 : 2022.05.27 11:40:18
  • 최종수정 : 2022.06.02 17:15:43
“스타트업 혹한기가 온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세계 스타트업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금리 인상, 경제 침체 등의 여파로 투자금 확보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자금이 줄어든 시장이 기업가치를 깎고 나설 것이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부터 ‘밸류 컷(기업가치 절하)’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혹한기를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창업자에게 4가지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자존심을 버려라. 가치를 낮게 평가받더라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면 과감히 받아들이라는 조언이다. 특히 최근 2~3년간 이어진 강세장에 기업가치가 부풀려졌음을 인정하고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밸류에이션을 낮춰서 투자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창업가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여서 다른 투자자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하려 하는 기존 투자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둘째,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놓자.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마케팅과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면 1~2개월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좋다. 가끔 광고 없이도 지표에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회사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봉도 모두에게 다 잘 주는 것보다 실력 위주로 가린다” “모든 것을 현금흐름으로 돌린다. 돈을 언제 지급하고 언제 받는지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 좋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셋째,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가치를 모두 ‘정량화’하라. 시장이 얼어붙을수록 투자자들은 ‘검증된’ 기업만 찾는다. 추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정량화되지 않는 ‘가능성’보다는, 매출과 현금 창출력에 초점을 두고 꼼꼼하게 검증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만큼 주요 KPI를 개선하는 데 비용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 시기다. 중장기적 계획보다 당장의 숫자나 성과를 투자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의 성장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더 투자를 받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 이제 막 시드 라운드를 진행하는 ‘초기 수준’ 창업자라면 오히려 더 ‘과감’해져도 좋다. 한상엽 대표는 “라운드별로 침체의 영향이 다를 것이다. 시리즈B, 더 보수적으로는 시리즈A 단계 이상부터는 타격이 클 것이다. 하지만 시드 라운드 단계에서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적고, 원래 리스크가 높은 영역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보다 창업가나 팀의 혁신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투자자들은 이미 초기 단계 스타트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기고 있다고. 한상엽 대표는 “IPO 시장부터 차츰 얼어붙으면서 투자자들이 기업가치가 아주 저렴하고, 기존에는 들여다보지 않던 곳까지 내려와서 투자하게 될 것이다. 중기와 후기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앞단으로 계속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1호 (2022.06.01~2022.06.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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