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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투자 베테랑` MBK, 도시바 인수전 가세

강두순,조윤희 기자
강두순,조윤희 기자
입력 : 
2022-06-02 17:43:58
수정 : 
2022-06-03 07: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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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日 투자 경험 발판
최근 인수의향서 제출
베인·KKR·블랙스톤 이어
주요 인수 후보로 부상
인수가 10조원에도 투자 매력

日 정부 `기술유출 반감` 강해
공신력 높이는 컨소시엄 가능
◆ 레이더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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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일본 간판 기업 도시바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 주요 PEF와 일본 정부 산하의 산업혁신투자기구(JIC) 등 대규모 자금력을 갖춘 후보자들이 인수 의향을 밝힌 가운데 MBK파트너스까지 입찰에 뛰어들면서 열기가 한층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2일 주요 외신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일본 도시바 측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인수 경쟁에 나섰다. MBK파트너스 외에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10곳 안팎의 기관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운용자산(AUM) 규모가 256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하는 MBK파트너스는 지난 10여 년간 일본 내 투자 경험이 많았던 점을 앞세워 이번 인수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소유의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에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를 35억달러(약 4조37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한·중·일에서 성사된 거래 중 최대 규모로 2017년 인수 당시 투자 원금 약 8000억원 대비 5배가 넘는 자금을 회수하게 된 것이다. MBK파트너스의 지난해 연간 투자 건수는 13건, 투자 규모는 총 40억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글로벌 원매자들은 최근 도시바가 처한 어려움이 사업 자체의 문제보다는 폐쇄적인 성향이 강했던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인수 후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입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보다는 해외 파트너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권 인수 작업에만 자금 10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도 이유이지만, 도시바가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1875년 설립된 다나카 제작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도시바는 1990년대 이후 원전과 철도, 반도체, 가전 등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종합 전기·전자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이 시기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일본 경제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15년 분식회계와 원자력 사업 등으로 거액의 손실을 낸 이후 경영난을 겪게 되며 사세가 기울었다. 2017년에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6000억엔 규모 증자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로 편입됐다.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알짜 사업인 도시바 메모리를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했고 외국계 자본을 받아들여 구사일생했다.

현재는 원자력·화력 등의 발전설비와 교통 시스템, 엘리베이터·에어컨, 하드디스크구동장치(HDD) 등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지분 40%를 여전히 들고 있다는 점도 인수 후보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도시바는 지난해 연 매출액 3조543억엔(약 29조원), 영업이익 1044억엔(약 1조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의 민관 투자펀드인 JIC가 해외 PEF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설 것이란 소식에 이목이 집중된다. JIC는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8년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 25곳이 출자해 설립한 합작 펀드다. JIC는 2014년 소니의 노트북 컴퓨터 사업과 지난해 올림푸스의 카메라사업을 인수하며 현지 기업의 유동성을 도왔다. 이 밖에 2017년 후지쓰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 일본 폴라리스캐피털그룹도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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