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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새 바람…PE가 키워 창업주에 되판다

박창영 기자
입력 : 
2022-05-31 17:42:16
수정 : 
2022-05-31 17: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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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체·스타비젼·코스모그룹
사모펀드 인수된뒤 매출 성장
지배구조 개편·해외진출 이뤄
신성장동력 갖춰 기업 `날개`

창업주, 지분보유하며 운영 참여
2·3세, 경영능력 키워 신뢰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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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회사를 인수해 성장시킨 뒤 창업주에게 되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체기를 맞이한 기업의 창업주가 사모펀드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체를 재인수해 또 한 번의 도약을 도모하는 것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연내 창호업체 윈체를 창업주 일가에 매각할 계획이다. 윈체를 소유하고 있는 특수목적회사(SPC) 더블유아이엔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다. 윈체 창업주 김왈수 회장의 아들 김형진 대표는 이번 인수를 위해 어센트프라이빗에쿼티(PE)와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염화비닐(PVC) 창호 전문 기업인 윈체는 김 회장이 2009년 OCI 창호사업 부문을 인수해 세웠다. VIG파트너스가 윈체 경영권을 1800억원에 인수한 것은 2016년으로, 이후 B2C(개인 고객 상대 거래)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해 649억원이었던 매출은 2019년 954억원까지 올랐다. 매출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2020년 639억여 원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746억여 원으로 회복됐다. VIG파트너스가 주인일 때도 경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던 김 대표는 재인수 이후 그간 사모펀드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십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콘택트렌즈 업체 스타비젼도 상반기 내 사모펀드에서 창업주로 주인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스타비젼 창업자이자 2대 주주인 박상진 부회장은 VIG파트너스에서 지분 51%를 되사오는 거래를 진행 중이다. 박 부회장은 이번 거래를 위해 PS얼라이언스, 펄인베스트먼트 등 두 사모펀드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2012년 스타비젼을 설립한 박 부회장은 2018년 VIG파트너스에 회사를 판 이후에도 지분 약 49%를 보유해왔다. VIG파트너스 체제에서 스타비젼은 해외 유통사 3곳과 컬러렌즈 제조사 2곳을 추가 인수했다. 해외 매출액(개별 기준)은 2017년 약 66억원에서 2021년 343억여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은 709억원에서 1010억여 원으로 확대됐다. 창업자가 감당하기 까다로운 해외 진출을 사모펀드 운영기에 이뤄냈다는 평가다.

앞서 2019년에는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앤컴퍼니를 기존 대주주 허경수 회장에게 넘겼다. 케이스톤은 2015년 SG프라이빗에쿼티와 공동으로 코스모그룹에 투자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코스모그룹은 사모펀드 체제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아울러 케이스톤 컨소시엄은 투자 전 코스모그룹에 GS와의 완전한 계열 분리를 요구하면서 지배구조 재편도 유도했다. 코스모화학 매출은 2015년 2500억원에서 지난해 5126억여 원으로 증가했다.

사모펀드에서 자기 회사를 다시 찾아온 대부분의 창업주는 경영권 매각 이후에도 자기 지분을 계속 보유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모펀드가 소유하던 시기에도 소수 지분이라도 갖고 운영에 참여해 온 것이다.

승계 전 사모펀드 운영기를 거침으로써 아직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3세에게 준비 시간을 줄 수도 있다. 컨설팅과 IB 기능을 섞어둔 사모펀드와 기업을 함께 운영하는 동안 2·3세는 그들의 경영 전략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창업하는 능력과 기업을 성장시키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것일 때가 있다"며 "창업자는 자신의 2·3세가 사모펀드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함으로써 회사 내외부에서 더 큰 신뢰를 받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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